작년 수출은 월간 수출액 사상 최대치를 여섯 번이나 갈아치우는 등 폭발적인 증가세를 기록,내수불황 속에 활력을 잃어가는 한국 경제에 유일한 버팀목 역할을 해냈다. 그러나 올해에는 세계 경제 성장세 둔화,IT(정보기술) 제품 가격하락,달러 약세 지속 가능성 등 수출전선을 둘러싼 이상기류로 낙관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9년 만에 수출액 2.5배로 수출 2천5백억달러 달성은 미국 독일 프랑스 중국 일본 등에 이어 세계 12번째로 올린 성과다. 지난 95년 연간 수출액 1천억달러를 넘어선 이후 2천5백억달러를 돌파하기까지 걸린 시간(9년)은 수출액 상위 12개국 중 중국(7년) 다음으로 빠르다. 작년 수출증가율 31.2%는 '3저(저유가·저금리·저달러)' 호황을 누렸던 지난 87년(36.2%) 이후 17년 만에 최고 수준.수출액으로 따져봤을 때 2천5백억달러 수출은 멕시코를 제외한 중남미 38개국 수출액(2천1백19억달러·2003년)을 넘어서는 것이다. ○중화권 수출의존도 심화 지난해 수출실적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중국 홍콩 대만 등 중화권으로의 수출이 급증한 것. 작년 대(對)중화권 수출비중은 전년(29.3%)보다 1.4%포인트 높아진 30.7%(7백50억5천만달러)로 전체 수출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이는 미국 캐나다 등 북미지역(18.2%) 수출 비중을 크게 웃도는 것은 물론 25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유럽연합(EU·14.8%)으로의 수출 비중에 비해 두 배로 높은 것이다. 이와 함께 작년 미국과의 교역에서 총 1백33억7천만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거둬 처음으로 대미 무역흑자가 1백억달러를 돌파했다. 반면 일본에 대해선 2백37억2천만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전년(1백90억달러 적자)보다 무역역조가 더 심화됐다. ○올해 수출증가세 둔화 불가피 올 수출이 월간 2백억달러 이상 호조세를 지속해도 작년 수출 급증의 여파로 전년 동월 대비 수출 증가율은 한자릿수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산업연구원(KIET)은 올해 수출이 2천7백60억달러로 작년보다 8.9% 늘어나는 데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중화권 수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올해 중국이 긴축 고삐를 죌 경우 타격이 우려된다. 원·달러 환율하락 기조가 지속된다면 국내 기업들은 '출혈' 수출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