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리 토시히로(井堀利宏) 도쿄대 경제학부 교수(53)는 "한국은 정치만 안정되면 일본이상으로 발전할 잠재력을 갖고있다"며 한국경제의 미래에 대해 낙관했다.이호리교수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신년 인터뷰에서 "올해 세계경제 화두는 역시 중동"이라며 "이라크 선거가 평화롭게 치러지고 중동지역이 안정될 경우 세계경제는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일본경제는 금년에 2%수준의 경제성장을 달성할 것"이라며 "미국과 일본의 거시 경제적 요인만 감안하면 엔화 가치는 현재 보다 낮은 달러당 1백10엔선에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도쿄 분쿄구에 위치한 도쿄대 경제학부 연구실에서 이호리 교수를 만나 새해 전망을 들어봤다.


[ 대담=최인한 도쿄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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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경기 침체가 심화되고 있다.


한국경제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몇 차례 방문한 경험으로 평가한다면 한국은 현재의 경제난을 극복할 능력이 충분히 있다고 확신한다.


한국인의 근면성,교육열 등을 감안하면 3만달러 이상의 1인당 GDP(국내총생산)를 달성할 능력을 갖고 있다.


한국경제는 선진국 수준의 펀더멘털을 갖췄다."


-한국에선 가계 부채가 늘고 소비가 부진해 장기 불황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일본은 장기 불황에 빠져들 때까지 40년 이상 고성장을 지속했다.


이 기간 중 자민당의 장기 집권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경제발전에 기여했다.


한국은 사회 전체가 다이내믹하지만 정치불안이 심한 게 문제다.


한국 특유의 역동성을 살리면서,경제성장에 장애가 되지 않게 사회를 안정시키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한·일 양국은 2005년 말을 목표로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을 진행 중인데.


"일본에서는 농민들이 가장 반발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농민을 이해시켜 버릴 것은 버리고,국제 경쟁력이 있는 분야는 지원하는 정책적 선택을 해야 한다.


한국에서도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협상 체결에 반대 여론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자유무역협정은 양국 경제발전에 이득이 되는 만큼 적극적으로 협상할 필요가 있다."


-한·중·일 3국간 경제공동체도 거론된다.


"10년 뒤라면 가능성이 있다.


그때쯤이면 중국 해안지역은 상당한 경제발전을 이뤄 FTA를 맺을 수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아시아 경제의 장래는 예측이 어려운 북한 정권의 움직임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다.


FTA 협상도 마찬가지다."


-올해 세계경제에 가장 영향을 미칠 요인을 꼽는다면.


"중동사태가 최고 이슈가 될 것이다.


중동지역에 또다시 긴장이 고조되면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고 세계경제는 침체국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또 중동에 위기가 발생하면 미국 유럽 러시아 등 주요국간 균열이 생겨 세계경제 회복에 악재가 될 게 분명하다.


환경문제는 더욱 중요해진다.


2월 중 교토의정서가 발효되면 일본 유럽 등 선진국들은 환경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에는 코스트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환경에 발빠르게 대응하는 기업만이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지난해 하반기 미국의 '쌍둥이' 적자가 부각되면서 국제 외환시장이 요동쳤다.


올해 전망은.


"금년에 조지 W 부시 정권은 집권 2기를 맞는다.


부시 행정부는 1기에 비해 유권자에 대한 선심 정책을 쓰지 않아도 된다.


재정적자는 훨씬 줄어들고,미국 경제는 안정돼 달러 약세 요인이 지난해보다 줄어든다.


일시적으로 달러당 1백엔선까지 접근할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달러가치가 지난해 말보다 높아질 것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개혁정책이 성공했다고 평가하나.


"공공부문 비효율 제거와 민간기업 활력 증대를 목표로 하는 개혁정책의 기본 방향은 옳다.


그러나 방향만 좋았지 구체적인 성과는 미진했다.


연금 개혁만 해도 근본적인 문제에 손을 대지 못한 채 미봉책에 그쳤다.


자민당의 기득권을 버리고 보다 과감하게 개혁을 추진하라고 충고하고 싶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본 경제의 회복세가 둔화되고 있는데.


"일본 경제의 불안 요인이던 금융권 불량 채권이 많이 줄었고,구조조정을 통한 기업 경쟁력이 높아져 내부 요인만 보면 나쁠 게 없다.


다만 일본 경제는 해외시장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미국 중국 등 주변국 상황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금년 상반기에 성장세 둔화가 예상되지만 하반기 이후 다시 좋아질 것이다."


-일본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았던 불량 채권 문제는 해결됐다고 보나.


"일부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아직 처리해야 할 불량 채권이 많다.


특히 지방은행의 경우 잠재적인 부실이 많아 위험도가 높다.


하지만 대형 시중은행은 해결국면에 접어들었다.


세계경제에 예상치 못한 위기가 생겨 일본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하지 않는 한 불량 채권으로 일본 경제가 다시 위기에 빠질 가능성은 낮다."


-정부는 작년 말 감세 혜택 축소를 골자로 한 세제개혁을 단행했다.


세수 증대를 위한 소비세 인상도 추진 중인데.


"감세제도는 단계적으로 축소,폐지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다.


재정적자가 악화되고 있기 때문에 세수 증대 정책은 필요하다.


소비세도 현행 5%에서 다른 선진국 수준인 10%로 높일 필요가 있다.


국가의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위해 균형 재정은 매우 중요하다."


-자민당 1당 지배체제가 계속되고 있다.


정권교체는 언제쯤 가능한가.


"일본인은 급작스러운 변화를 싫어한다.


그러나 지난해 가을 참의원 선거에서 야당이 승리했기 때문에 2006년이나 그 다음 중의원 선거에서 정권이 교체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야당인 민주당에 우수한 젊은 인재가 몰리고 있으며,국민 가운데 변화를 원하는 사람이 많다."


-경제학자 입장에서 경제학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보나.


"시장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경제학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일본의 경우 예전에는 정부 정책이 규제 중심이어서 법률 비중이 컸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시장 메커니즘을 활용한 국가 발전이 훨씬 중요해지면서 경제학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도쿄대만 해도 지난해 대학원 과정에 법학과 경제학을 접목시킨 공공정책학과를 개설했으며,히토쓰바시대도 올해 만든다.


앞으로 경제학을 전공한 관료가 법학 출신보다 중용될 것이다."


-스포츠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스포츠시장의 글로벌화에 대한 견해는.


"개인적으로 프로야구를 무척 좋아한다.


일본의 경우 프로야구 신규 구단주로 IT(정보기술)나 인터넷 관련 기업들이 등장한 것은 시대 변화를 예고하는 의미있는 일이다.


프로스포츠 업계에도 구조 재편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세계적으로 우수한 프로선수들이 자국 시장을 벗어나 보상을 많이 해주는 미국이나 유럽으로 진출하는 '스포츠 세계화'도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끝으로 한국 젊은이에게 좋은 말을 해달라.


"한국은 일본에 비해 아직 발전 가능성이 높은 국가다.


개인이 하기에 따라 인생이 달라지고,국가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자신의 신념을 소중히 여기고 열심히 살라고 권하고 싶다.


이왕이면 사회 발전과 부합하는 일을 하는 게 의미있는 인생이 된다고 본다."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