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봉규 한국산업기술재단 사무총장 bongkp@kotef.or.kr > 알렉산더 대왕의 동방원정 중 소아시아 프리기아국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 프리기아국 신전에는 매듭으로 기둥에 메어놓은 짐수레가 있었는데,그 매듭을 푸는 사람이 세계를 지배한다는 이야기가 내려오고 있었다. 소위 고르디우스의 매듭에 관한 전설이다. 수 많은 영웅호걸들이 그 매듭을 풀기 위해 도전했지만 아무도 성공하는 사람이 없었다. 천하의 알렉산더도 그 매듭만은 풀기가 어려워 보였다. 그러나 고민하던 대왕은 칼을 뽑아 그 매듭을 잘라 버렸다. 과연 매듭을 푼 것일까. 알렉산더의 이 방법에 대해 사람에 따라서는 매듭을 푼것이 아니라고도 하고 어떤 이는 비정상적인 매듭풀기가 저주가 돼 알렉산더는 꿈을 다 이루지 못하고 원정 중에 요절했다고 하기도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때까지 아무도 시도하지 못했던 방법을 오직 알렉산더만이 생각해내고 한걸음 더 나아가 실천에 옮겼다는 사실이다. 세상살이에서 부지런함과 성실함은 시대의 변화와 관계없는 좋은 덕목이다. 그러나 성실을 바탕으로 한 점진적인 개선에 못지 않게 튀는 발상이 바탕이 된 단속적(斷續的)인 개혁이 더 빛을 발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정보화,디지털화,기술혁신의 결과다. 우리는 종종 기존의 매뉴얼에 따라 묵묵히 일하면서 얻는 생산성의 증가가 한계에 봉착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남들이 시도하지 못한 새로운 방법,보다 효율적인 수단을 찾는 지혜가 없이는 이 한계를 뛰어넘기 어렵다. 마차의 개량에만 머물던 사람들은 자동차의 시대가 도래하자 도태될 수밖에 없었고,주판의 개선에만 머물던 사람들은 컴퓨터의 시대를 꿈꾸지 못하지 않았는가. 미국과 일본의 경우를 보자. 80∼90년대를 통해 미국과 일본은 순차적으로 불황에 직면했다. 산업화 시대의 체질이 몸에 밴 일본은 '가이젠(改善)'을 통해 이를 극복하고자 했으나 여의치 못했다. 반면 미국은 시대의 변화를 읽고 기존산업과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산업의 서비스화,IT화로 위기를 극복하고 신경제의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우리가 전통적인 방법에만 매달려서야 어떻게 저임금,낮은 땅값을 무기로 우리를 따라오는 중국이나 동남아 국가들을 따돌리고,고유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저만치 앞서가는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겠는가. 지금이야말로 모든 경제주체에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자르는 용기와 자신감,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이러한 발상의 전환 위에 성실함이 더해진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錦上添花)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