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열풍의 주역이 될 겁니다."


4일 필리핀으로 떠나는 최다정씨(27).마닐라 마카티에 있는 한국어학원 KLC(Korean Language Training Center)에서 한국어 강사로 이달 중순부터 현지인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친다.


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지난해 개설한 '한국어 강사 국비 연수생 과정'을 수료한 게 인연이 됐다.


공단은 해외에서 한국어 강사로 일할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지난해 5월부터 4개월 간의 연수과정을 개설했다.


교육비용 3백만원을 전액 나라에서 대준다.


지난해 2월 대전에 있는 우송대 관광경영학과를 졸업한 최씨는 4학년 말 무렵부터 여러 취업정보사이트를 뒤지며 일자리를 찾았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극심한 취업난에다 97년 대학에 입학해 어문계열을 전공하다 2000년 다시 대학에 들어갔기 때문에 여느 동기들보다 졸업이 늦은 탓도 컸다.


"재입학까지 해가며 선택한 전공이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는데 여의치 않았어요.툭하면 나이제한에 걸리곤 했지요."


그러던 최씨는 지난 2월께 자주 드나들던 산업인력공단 홈페이지 내 해외취업사이트(www.worldjob.or.kr)에서 한국어 강사 연수 공고를 보게 됐다.


전문대졸 이상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솔깃했어요.나이제한도 없는 데다 해외에서 일한다는 게 매력적이었지요."


서류전형과 면접으로 60명을 뽑는데 1천2백명 이상이 몰렸다.


해외경험이 있는 것도 아니고,영어가 아주 유창한 것도 아니고,현지 언어가 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하고 싶다'는 강한 의지가 솟구쳤다.


"면접에서 꼭 하고 싶다는 의지를 강하게 밝혔어요.학창시절 인도네시아에서 온 친구에게 한국말을 가르쳐준 사소한 경험까지 들이댔지요."


지난해 9월 모든 과정을 수료한 뒤부터는 공단에 입수되는 해외 한국어 강사 일자리를 꼼꼼히 체크했다.


11월 초순 필리핀에서 5∼6명의 강사를 채용한다는 공고가 났고,최씨와 동기생 중 한 명이 최종 합격했다.


하루 4시간 강의,주 5일 근무.보수는 한 달에 약 8백달러(약 83만원).시간 외 수당과 더불어 숙소와 항공권을 제공받는 조건이다.


1년 계약이며 재계약도 가능하다.


필리핀 대졸자 초임이 1만∼1만5천페소(20만원 안팎) 정도임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고액' 연봉이다.


"한류니,코리안 드림이니 요즘 한국이 아시아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잖아요.한국어를 배우려는 수요도 갈수록 늘어나리라고 생각해요.혹시 알아요? 너도나도 영어를 배우려고 안달하듯,아시아에서 한국어가 으뜸이 되는 날이 올지."


해외취업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정부에 대해 하고 싶은 말도 많다.


취업비자 받기가 너무 까다롭다는 것과 '사후관리'에도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최씨는 "정부가 청년들의 해외취업을 지원하고자 한다면 비자문제 같은 실질적인 어려움을 덜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글=김혜수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