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이부영 의장 등 상임중앙위원단이 쟁점법안 처리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3일 총사퇴했다. 천정배 원내대표에 이어 당 지도부가 모두 물러남에 따라 열린우리당은 지도부 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됐다. 열린우리당은 5일 중앙위원회의를 열어 지도부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한다. 특히 지도부의 잇따른 사퇴가 국가보안법 파동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향후 강·온파간의 노선투쟁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체제로 전환=이 의장은 이날 당사에서 열린 상임중앙위원회의에서 "천정배 원내대표와 함께 당을 이끌어왔지만 제 역량이 부족해 소임을 다하지 못해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의장직 사퇴를 선언했다. 이미경 김혁규 한명숙 상임중앙위원도 거취를 함께 했다. 여기에 임채정 기획자문위원장도 사퇴를 공식화함으로써 당의 핵심포스트는 모두 공석상태가 됐다. 열린우리당은 곧바로 비대위 구성을 기정사실화했다. 임종석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중앙위에서 사퇴의사를 표명한 현 지도부를 재신임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면서 "재신임문제는 중앙위의 권한도 아니다"라고 말해 일각의 재신임 가능성을 일축했다. 임 대변인은 "중앙위에서는 비대위를 구성해 오는 4월2일 전당대회 때까지 당을 관리해 나가는 방안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대위원장에는 임채정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노선투쟁 격화되나=지도부 사퇴의 직접적인 단초는 강·온파간의 노선투쟁이다. 실제 국보법 파동을 거치면서 당의 노선이 '실용주의'에서 '강경 원리주의'로 옮겨가는 징후가 뚜렷하다. 국보법 등 협상과정에서 강경파의 목소리에 번번이 지도부의 발목이 잡힌 게 이를 뒷받침한다. 이 의장은 이날 "당내 일부 세력이 중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지 않고 그때그때 자신을 드러내려는 '과격 상업주의적인 투쟁'을 보인 것을 깊이 반성해야 한다"면서 "과격 노선과 과감한 투쟁을 벌이는 것도 불사해야 한다"며 강경파를 정면 겨냥했다. 이 의장은 "타협이 필요한 시기에 대야 강경투쟁을 한 것은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주고 노무현 대통령의 새해 국정운영에도 큰 차질을 줄 것"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5일 중앙위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 구성을 통해 중진들의 역할이 커진다면 실용주의에 입각한 노선이 유지되겠지만 그 반대로 강경파의 영향력이 커진다면 당 기조가 강성으로 흐를 개연성이 다분하다. 당이 강경론으로 기운다면 국보법 문제 등을 놓고 여야의 전면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창·박해영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