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새해 국정운영 기조를 밝히면서 `당정(黨政)분리' 원칙을 거듭 강조, 눈길을 끌었다. 당정분리 원칙이야 대통령 후보시절부터 강조해온 터라 새삼스런 일은 아니나 4대입법 일괄 처리 무산 후유증으로 열린우리당이 심한 내홍을 겪고 있는 시점이어서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게 사실이다. 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당정분리' 원칙을 공약한데 이어 지난해 5월 열린우리당에 입당하면서도 "당직 임명이나 공천 등에 개입하지 않고 당직도 겸임하지 않을것"이라며 이같은 원칙을 재확인했었다. 또한 지난해 정책적 사안에 대한 긴밀한 당정협의 및 책임있는 당정관계를 전제로 하는 `분권형 국정운영'을 전격 도입하면서도 정무적 사안에 대해서는 철저한 당정분리를 강조했었다. 실제로 노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에서는 신기남(辛基南) 전 우리당 의장의 사퇴논란이나 4대 입법을 둘러싼 계파간 갈등 등 굵직한 당 문제와 관련, 일체의 언급을 삼가는 등 신중한 행보를 보였었다. 하지만 새해 벽두부터 이부영(李富榮) 의장을 비롯, 우리당 지도부가 총사퇴하는 등 구심점을 잃고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보이자 노 대통령이 `수석 당원'으로서모종의 역할을 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일각에서 제기됐었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3일 새해 첫 공식업무를 재개한 자리에서 당정분리 원칙을 재확인하는 것으로 "노 대통령이 당 문제에 대해 일정부분 손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일축했다. 노 대통령은 "당정분리 원칙은 대통령이 국민에게 하는 약속일 뿐만 아니라 정치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서도 중요한 원칙"이라며 참모들에게 당정분리 원칙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해줄 것을 주문했다. 노 대통령은 또 "정무적 사안은 당에 믿고 맡기는 것이 원칙"이라며 "정책적 사안의 경우에는 각 부처가 책임지고 대처하고 청와대 정책실은 부처에 대한 지원역할을 해나가면 된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이 이날 언급한 `당정분리' 원칙은 작금의 우리당 사태만을 대상으로한 것은 아니라 새해 국정운영 방향을 설명하면서 핵심적인 대목 가운데 하나를 짚었다는 게 청와대측 설명이다. 그러나 우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한 이후 최대 위기라 할 수 있는 현 시점에서노 대통령이 `해결사'로 나서지 않을 경우 당이 크게 동요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이다. 그럼에도 노 대통령이 당정분리 원칙을 거듭 강조한 것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당정분리의 `본보기'를 보인 동시에 우리당측에 대통령에게 의존하기 보다는 명실상부한 집권여당이 되기 위한 자생력을 키우라는 메시지를 던졌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도 "현재 당이 어렵고 논란이 있더라도 이런 과정을 통해 당정분리가 정착되고 (여당이) 자생적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범현기자 kbeom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