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치킨타운 사람들의 새해각오] "닭처럼 일찍 일어나면 성공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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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저녁 서울 반포동 속칭 '반포 치킨타운'. 새해 벽두지만 문을 연 치킨집이 군데 군데 눈에 띄었다.
연휴기간에 누가 찾아올까 생각하며 들어 간 '금강바베큐'에는 손님이 꽤 북적거렸다.
"경기가 어렵잖아요. 연휴에도 일해야 직원들 월급을 주지요. 작년에는 쉬었는데…."
소금구이 치킨 한 접시를 테이블에 나르고 온 한정수 사장(44)은 "다행히 단골들이 많이 찾아와서 한 숨 돌리고 있다"며 닭띠해인 올해는 치킨타운에 뭔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포 치킨타운은 서울 강남 교보빌딩 사거리 인근 KCC사옥 맞은편에 있는 숯불바비큐치킨점 밀집 골목.1980년대 중반무렵부터 한 두 점포가 들어서기 시작해 현재 30여개 점포가 들어서 있다.
직장인 애주가라면 한번쯤 안 가 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장안의 명소가 됐다.
그러나 지난해는 조류 독감으로 손님 발길이 끊기다시피 해 모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제일호프'의 신찬희 사장(42)은 "작년은 조류독감 파동으로 시작해 음식점 주인들이 데모할 정도로 극심한 불황이 1년 내내 계속됐다"며 "월 2백만원하는 가게세를 못내는 점포도 적지 않다"고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금강바베큐 한 사장은 "치킨 장사 17년만에 가장 힘들었던 해"라며 "연말경기를 기대하고 아르바이트 직원 2명을 채용했지만 겨우 3∼4일 반짝했다"며 허탈해했다.
반포치킨타운 사람들은 그러나 닭띠해인 올해 닭처럼 열심히 일하면 영업이 잘 될 것으로 기대한다.
더욱이 바비큐치킨은 경기에 영향을 덜 받는다.
뜨거운 화로 앞에서 닭을 구워야 하는 관계로 오히려 3저(低)호황이었던 80년대 후반,90년대 초반에 고급음식점으로 손님을 빼앗겨 침체의 길을 걸었다. 그러다가 외환위기 이후 자영업자들이 새식구로 속속 들어오면서 타운이라는 이름까지 붙은 것이다.
치킨타운 사람들은 요즘 상가를 활성화하기 위해 공동으로 일정기간 세일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 사장은 '닭띠해 치킨집' 예찬론을 편다.
"새벽을 깨운는 게 닭 아닙니까.
깨우는 것은 일터로 쫓아낸다는 얘기죠.닭같은 부지런함과 성실함으로 승부를 건다면 성공못할 이유가 없죠.올해는 '새벽닭이 울렸네'란 노래를 흥얼거려볼까 합니다."
장규호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