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 상반기(1∼6월) 예산배정 비중을 사상 최대규모인 66.7%로 늘려 잡았다. 올 한 해 예산가운데 3분의 2를 상반기에 쏟아부어,꺼져 가는 경기에 불을 지피겠다는 의도다. 이와 함께 정부의 '마이너스 통장'에 해당하는 한국은행 차입금 한도도 사상 최대 규모로 확대했다. 정부는 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05년도 예산배정 및 자금계획'을 확정했다. 그러나 올 예산안이 당초 계획보다 한 달 가량 늦게 국회에서 통과된데다 급조된 사업이 양산될 수도 있어 재정투입의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재정,상반기에 '올인' 정부는 우선 전체 1백95조원(일반회계+특별회계)의 세출예산 가운데 1백30조원(66.7%)을 올 상반기에 배정했다. 올 상반기 예산배정률은 사상 최고치로 지난해(63.7%)보다 3%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정부 부처가 상반기 중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각종 공사의 한도가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공사대금 등으로 실제 지급할 수 있는 돈의 상한선인 '자금배정' 규모도 올 상반기 중 전체 예산의 62.0%에 해당하는 1백21조원으로 책정했다. 이 역시 사상 최고치다. 지난해(54.0%)에 비해서는 8%포인트 높아졌다. 예산 기금 공기업 등의 전체 사업에 들어가는 돈 가운데 인건비를 빼고 순수 사업비만 비교한 '재정집행률'은 올 상반기 59%를 목표로 삼았다. 부문별로는 특히 사회간접자본(SOC)과 정보기술(IT) 수출·중소기업지원 일자리창출 등 경기와 밀접한 관련을 갖는 주요 사업의 조기집행이 두드러져 올해 배정된 예산(22조5천억원)의 83.7%를 상반기에 집중키로 했다. ◆늘어난 통화관리 부담 정부는 세금이 제때 걷히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한은에서 빌려올 수 있는 자금의 한도를 지난해(8조원)보다 10조원 늘려 사상 최대치인 18조원으로 증액했다. 이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원론적으로 정부가 한은에서 10조원을 빌리면 본원통화가 그만큼 늘어나게 되고 시중 유동성(M3 기준)은 3백조원 가량으로 불어난다"고 설명했다. 과잉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해야 하고,이는 통화당국인 한은의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와 관련,예산처 관계자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한도를 늘린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바쁠수록 꼼꼼하게 전문가들은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정부가 재정 조기집행에 주력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지만 예산안 늑장 통과와 침체된 수요기반 등을 감안할 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입을 모았다.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정부가 상반기에 재정을 대폭 앞당기는 것을 볼 때 하반기 중 추가경정예산을 고려하고 있는 것 같다"며 "투자를 서두르다 보면 사업의 효율성을 간과하기 쉬운 만큼 철저한 사전점검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