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은 자본금이 1천억원 남짓한 크지 않은 회사다. 하지만 유가증권이나 부동산 등 현금성 자산은 어느 대기업 못지않게 많이 보유하고 있다. 또 최근 SK제약을 흡수합병하는 등 정밀화학과 생명공학 등 성장성이 큰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SK케미칼은 기업가치가 뛰어나면서도 사업영역을 넓혀가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매우 높다.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만 해도 SK㈜ 1백10만주 매각,SK제약 흡수합병 등 굵직굵직한 뉴스를 생산했다. 그 때마다 주가는 만만찮은 오름세를 보였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 보유 중이던 SK㈜ 지분 중 1백10만주(0.8%)를 주당 5만6천3백원,총 6백19억원에 SKC&C에 매각했다. 이날 주가는 8%가량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무수익 자산으로 분류해오던 SK㈜ 지분 매각으로 재무구조 개선과 함께 향후 투자재원도 확보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SK케미칼측은 "SK㈜ 지분매각으로 6천억원 수준의 차입금이 5천2백억∼5천3백억원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SK케미칼은 이처럼 보유 중인 자산을 활용한 재무구조 개선을 적극 추진 중이다. 신영증권 황상연 연구위원은 "차입금이 시가총액보다 3.5배나 많아 주가탄력이 약했지만 최근 일련의 움직임이 보유자산 유동화의 본격 신호탄으로 해석되며 주가가 힘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직 팔지 않은 SK㈜ 주식 3백10만주를 포함해 보유 중인 투자유가증권의 규모가 장부가 기준으로 5천5백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SK케미칼은 유가증권뿐만 아니라 시가 2천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유휴 공장부지(2곳)도 보유하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황형석 연구위원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유휴부지는 매각이나 유동화 방식으로 처분될 것"이라며 "이럴 경우 주가는 한 단계 더 상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주가는 절대 저평가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SK케미칼의 높은 자산가치는 PBR(순자산가치)가 0.4∼0.5배 수준으로 시장평균(1.2배)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데서 잘 드러난다. 대신경제연구소 정연구 연구위원은 "최근 SK제약을 흡수합병키로 결정한 데서 보듯이 SK케미칼은 정밀화학과 생명공학을 주력사업으로 키우려는 장기플랜을 갖고 있다"며 "투자재원은 부동산과 투자유가증권 매각으로 조달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SK케미칼은 또 매출의 54%를 차지하는 석유화학부문의 마진확대에 따라 지난 한해 수익성이 크게 개선돼 자산가치에다 성장성을 겸비한 이른바 '성장형 가치주'로 부상 중이다. 황상연 연구위원은 "2004년 순이익이 3백22억원으로 한해전(63억원)보다 5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실적개선은 올해 말까지 지속될 것이란 게 증권가의 관측이다. 세종증권도 SK케미칼을 성장성과 수익성을 함께 갖춘 성장형 가치주로 분류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