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3학년에 재학 중이던 지난해 9월 아랍에미리트(UA) 국영항공사 '아랍에미리트항공'에 승무원으로 입사한 최진영씨(23).최씨의 취업 성공 비결은 확고한 목표 설정과 철저한 준비,그리고 한 우물만 판 집념에 있었다. 최씨는 대학 입학과 함께 일찌감치 외국계 항공사 입사를 취업 목표로 잡았다. 국내 항공사에 비해 색다른 문화를 접하는 기회가 좀 더 많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이 같은 목표 달성을 위해 최씨는 대학 2학년을 마친 후 1년간 휴학을 했다. 흔한 해외 언어연수 때문이 아니었다. 직접 취업전선에 뛰어들기 위해서였다. 외국계 항공사의 경우 전문대졸이나 4년제대학 2학년까지 마치면 지원 자격이 주어진다. 휴학 기간 중 틈틈이 영어공부를 하면서 관련 인터넷 카페에 회원으로 가입,선배들의 성공 비결 등 유익한 정보도 빼놓지 않고 챙겼다. 외국계 항공사의 채용공고가 날 때마다 원서를 냈지만 번번이 쓴잔을 마셨다. 심각한 취업난 속 수많은 지원자가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기회는 3학년에 복학한 지난해 5월에 왔다. 아랍에미리트항공이 한국인 승무원을 뽑기 위해 산업인력관리공단에 의뢰한 것.당시 56명을 선발했는데 4천명 이상이 몰려 70 대 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면접 기간만 2개월 이상 걸렸다. 1차 서류전형에 이어 세차례에 걸친 면접,그리고 필기시험까지 치렀다. 면접의 경우 예의범절 사람 됨됨이 등에 많은 비중을 둔 것 같다는 게 최씨 설명이다. 최씨는 "최종 면접 때 면접관이 예의가 매우 바른 것 같다고 말해 '아! 합격했구나'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필기시험은 영어작문(에세이)과 단어실력 테스트였다. 최씨는 "그룹토론 등 모든 면접 과정이 영어로 이뤄지기 때문에 영어실력은 기본이지만 해외연수 한번 안 간 '토종영어'로 버텼다"고 덧붙였다. 합격 후 관광 등으로 이뤄진 1주간의 현지적응 기간에 이어 5주과정의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거쳤다. 이 기간에 몸무게 5kg이 빠질 정도로 힘들었다고 한다. 입사 5개월째인 최씨는 승무원 생활에 매우 만족해하고 있다. 두바이에 있는 사택(아파트)에서 지내는데 월세 전기세 등 생활비는 모두 회사가 부담한다. 연봉 등 근무 조건도 좋다. 최씨는 "일반 기업체에 근무하는 친구들에 비해 연봉이 두배가량 많으며 국내 항공사보다도 다소 높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은 주로 유럽 노선을 뛰고 있지만 한국에 취항하는 올 5월부터 고국땅도 자주 밟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최씨는 "중동국 항공사들이 특히 한국인 승무원을 선호한다"며 "한국인 특유의 예의범절과 근면함,그리고 승객과의 트러블 발생시 지혜롭게 대처하는 유연함 덕분에 후한 점수를 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 아랍에미리트항공사의 승무원 6천명 중 한국인이 2백명으로 아시아계 가운데 가장 많다. 한국 취항을 앞두고 있어 한국인 승무원 채용이 더 늘어날 것 같다는 게 최씨의 생각이다. 인터넷 원격강의를 통해 대학공부를 마저 마칠 계획이라는 최씨는 "외국 항공사 승무원의 경우 현지 국가의 문화와 관습에 대한 이해심을 갖는 게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산업인력공단 해외취업지원부의 최병기 부장은 "중동국 항공사의 경우 종교적 이유로 자국 여성을 채용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기회가 많다"며 "국내 항공사와 마찬가지로 단정한 용모,외국어 구사 능력,예절,체력 등을 중점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수찬 기자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