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을 놓고 벌어지는 암투와 뒷거래는 상상을 초월한다. 카자흐스탄의 대형 유전들은 대부분 서구 열강의 손에 들어갔다. 최근 30년 동안 발견된 유전 중 세계 최대급으로 꼽히는 카스피해 해상 카샤간 유전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엑슨모빌,코노코필립스) 영국(BP,BG,로열더치셸),프랑스(토탈) 이탈리아(ENI) 등 선진국이 골고루 나눠 가졌다. 그런데 최근 영국 BG사가 보유 지분 16.7%를 내놓으면서 카스피해는 끝모를 암투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 지분에 처음 눈독을 들인 곳은 '석유 먹는 하마' 중국.중국은 지분 매입을 위해 엄청난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불발에 그쳤다. 중국의 급성장에 긴장한 서구 열강들이 당초 계약조건을 들이대며 '우선 매입권'을 행사한 것.이에 따라 16.7%의 운명은 기존 컨소시엄 참여국 쪽으로 기우는 듯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카자흐스탄 정부가 난데없이 끼어들었다. "유전 보유국도 매입 권한이 있는 것 아니냐"며 일종의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그런데도 기존 컨소시엄 참여국들이 이를 단호히 물리치지 못하고 있어 밀실야합 의혹이 커지고 있다. 특히 프랑스 토탈의 행보가 심상찮다. 프랑스측은 "카스피해상 쿠르망가지 유전 지분의 절반을 주면 우선 매입권을 행사한 것을 취소할 수 있다"며 카자흐스탄 정부에 노골적인 러브콜을 던지고 있다. 이탈리아 ENI와 카자흐스탄 정부의 관계도 급속히 가까워졌다. 카샤간 유전 개발과 관련,ENI측이 자국 회사들에 주로 하청을 주면서 불법 내부거래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지만 카자흐스탄 정부가 이를 눈감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카샤간 지분을 둘러싼 모종의 거래가 있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이 나돌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원칙을 고수하고 있지만 뒤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한국석유공사 곽정일 카자흐스탄 전담반장은 "원칙대로 하자면 카자흐스탄에 16.7%의 지분이 절대 갈 수 없다"며 "하지만 카자흐스탄 정부의 카샤간 유전에 대한 집착과 석유 메이저들의 이해관계 등 변수가 하도 많아 결과는 전혀 예측불가"라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아스타나(카자흐스탄)=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