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 시중은행들이 공동으로 출자한 비씨카드의 노동조합이 사장 공모제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낙하산 인사'에 대한 금융계의 피해의식을 여실히 보여준다. 기자와 만난 노조 관계자는 "이호군 사장이 물러나고 새 사장이 임명된다면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공무원 출신이 내려올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이같은 낙하산의 관행을 근원적으로 막기 위해 공정한 '게임의 룰'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게 노조측의 주장이다. 최고경영자(CEO)를 공개모집 방식으로 선발하는 사장공모제는 새 정부 들어 공기업 등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가까운 예로 예금보험공사 자산관리공사 등이 이 방식으로 CEO를 뽑았다. 또 공기업은 아니지만 우리금융 회장도 공모방식을 취했다. 유감스럽게도 이 과정에서 갖가지 잡음이 일면서 '무늬만 공모'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또 공모방식이 과연 최선의 방법인가에 대해서도 이론의 여지가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논란은 차치하고 비씨카드 노동조합이 공모제를 추진하고 나선 배경이 낙하산 인사에 있다는 점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낙하산 인사 시비는 참여정부 들어서도 전혀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고 특히 여론의 시선으로부터 한 발자국 떨어져 있는 자그마한 조직들일수록 더욱 심하다. 옛 리스회사 노조위원장 출신인 40대 청와대 인사가 상무로 내려온 여신금융협회의 경우가 비근한 예다. 대기업들이 공동출자해서 만든 한 여신전문 금융회사가 지난해 하반기 사장을 선출할 때 '윗선'으로부터 집요한 로비에 시달렸다는 얘기도 들린다. 이런 정황을 돌이켜보면 "참여정부의 낙하산 인사가 옛 정권보다 심하면 심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는 한 금융권 인사의 푸념도 이제는 새삼스럽지 않게 들린다. 송종현 금융부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