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한테 물린 곳이 가려웠다. 근질근질한 데를 긁는 맛이란 참 좋다. 그러나 긁는 데 따른 대가는 혹독하다. …배낭을 열어보니 꿀물이 새어나온 게 틀림없었다. 지금껏 내가 가는 곳마다 달려와 나를 물어뜯는 개미만을 시비했다. 그런데 정작 내가 원인을 제공했다니." 여기서 '나'는 묻는다. 가려움의 원인은 누가 제공했는가. 내 분노는 누가 만들었는가. 내 괴로움은 무엇 때문에 개미들처럼 내게 모여들었는가. 그 답은 쉽고도 어렵다. '대상만을 시비하던 마음을 안으로 돌리는 것'이다. 신문사 종교담당 기자를 하다 홀연 인도로 떠났던 조연현씨(42)가 '영혼의 순례자'라는 책을 내놓았다. 이 책은 그가 2003년 9월부터 1년간 인도 오지의 아쉬람(수행공동체)과 명상센터 등을 찾아다니며 만난 인도의 자연과 종교,그리고 '신을 닮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인도 최북단 히말라야의 스피티 지역에서 최남단 케냐쿠마리까지 장거리 버스나 기차를 타고 이동하고 산사태로 길이 끊어진 곳에서는 기다시피하며 '죽을 고생'을 한 저자는 오지의 사찰과 아쉬람 등에서 만난 낯선 풍경과 환경에서 순간순간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달라이 라마의 망명 정부가 있는 다람살라에서 개와 원숭이가 '견원지간(犬猿之間)'으로 지내면서도 결코 '피터지게' 싸우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는 "전쟁을 일삼는 인간에게 저만한 금도라도 있다면…" 하고 아쉬워한다. 또 보드가야 위파사나센터에서는 도마뱀들과 동거(?)하며 잠을 설치다 끝내 이들이 모기와 독충으로부터 자기를 보호해 준 사실을 깨닫기도 한다. 책에서는 요가 아쉬람,간디 아쉬람,티베트 명상센터 등을 순례하며 힌두교 불교 자이나교 시크교 등 다양한 종교들의 모습을 살피고 간디와 달라이 라마는 물론 노승,걸인,떠돌이,히말라야 여인 등의 이야기가 80여장의 사진과 함께 생생하게 살아 있다. 이들로부터 '행복은 거기가 아닌 여기에 있다''모든 것은 내 안에 있다'는 깨달음과 자기 반성을 이끌어내는 진솔함이 돋보인다. 2백40쪽,9천5백원.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