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판급 정보기술(IT) 업체들의 사업 다각화가 활발해지면서 경쟁관계가 새로 형성되는 분야들이 늘어나고 있다. 반도체·LCD용 식각장비,휴대폰용 EL(발광다이오드) 키패드,슬라이딩 힌지,DVR(영상저장장치)용 ASIC(주문형 반도체) 등이 대상이다. 코스닥 대형 업체들이 잇따라 도전장을 던짐에 따라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켜온 기존 업체들의 실적 변화 여부가 주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존 업체들이 탄탄한 공급망을 갖고 있어 단기간에 흔들릴 가능성은 적다"며 "경쟁 심화로 단가 하락이나 점유율 축소 등이 우려되는 만큼 신규 진출 업체들의 영업성과를 자세히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잇따르는 도전장 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주성엔지니어링은 최근 3백mm 웨이퍼용 건식 식각장치(드라이 에처)를 개발,하이닉스에 공급했다. 이에 따라 다음달 등록 예정인 에이디피엔지니어링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회사는 LCD용 식각장비 국내 1위 업체다. 주력 분야가 반도체와 LCD 분야로 갈려 충돌은 없었지만 주성이 반도체 부문에 진출한 만큼 향후 LCD 영역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성엘컴텍은 EL 키패드 부문에서 국내 최대 키패드 업체인 유일전자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한성엘컴텍은 유일전자에 EL을 납품하다가 지난해 말부터 EL 키패드를 자체 생산하고 있다. 회사측은 "삼성전자 LG전자는 물론 일본 등 해외 수출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슬라이딩 힌지 부문에서는 선발업체인 알티전자에 이어 피앤텔KH바텍 등이 올해부터 삼성전자 납품을 추진 중이다. 에이로직스가 국내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DVR용 AISC 부문에는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용 ASIC 업체인 상화마이크로가 뛰어들었다. 상화마이크로 관계자는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개발을 추진하게 됐다"며 "올해 안에 제품 공급에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주·수출 여부 지켜봐야 전문가들은 후발업체들의 사업 확대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특히 신규 진출 업체들이 기존에 진행해온 사업 분야의 선두업체라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지난 4일 하이닉스 납품 사실을 공시한 이후 주가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성엘컴텍 상화마이크로 등도 신규 진출 선언 전후로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반면 에이로직스 등 도전을 받은 업체들의 주가는 같은 기간 약세를 보여 대조를 이뤘다. 전문가들은 신규 진출 업체들의 사업 성과가 언제쯤 가시화되는지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동양종금증권 이현주 연구원은 "매출처를 다변화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하지만 국내 IT부품 업종의 경쟁 심화로 수익성 둔화 압력이 거센 만큼 향후 수주 공시나 수출 여부 등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 휴대폰 부문 담당 애널리스트는 "EL 키패드나 슬라이딩 힌지는 삼성전자가 올해 비중을 확대하는 분야라서 선·후발업체 모두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