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들어 공무원 인사와 관련된 실험들이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가. 급기야 공정거래위원회는 국장급 직위에 대해 해당직원들이 투표를 하고 그 선호도를 인사 평가자료로 삼겠다고 나서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누가 유능한 간부인지는 해당 부서 직원들이 가장 잘 안다는 이유에서라고 하지만 설사 그렇다 해도 자칫 인민재판식 혹은 인기몰이 투표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예상되는 부작용은 제대로 따져본 것인지 걱정스럽다. 공정위는 공무원 사회의 서열중시,순환보직 등의 인사 행태에서 벗어나 능력과 리더십을 검증,실력자를 발굴하겠다는 것이 그 의도라고 밝혔다. 또한 직원들의 참여로 인사투명성도 제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취지 자체만 보면 이상할 것은 없다. 사실 연수만 채우면 승진하는 풍토에서는 복지부동 공무원들이 나올 수밖에 없고, 소위 줄 잘서는 사람이 능력있는 인물을 밀어내는 일이 발생한다는 것은 우리도 잘 안다. 때문에 공직사회가 오죽했으면 직원투표 아이디어까지 나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꼭 이 방법밖에 없는지는 의문이다. 복지부동 공무원, 배경과 줄을 들이대는 인물은 직원투표가 아니라 해도 인사잣대가 공정하고 인사권자의 의지만 뒷받침되면 얼마든지 가려낼 수 있다고 본다. 게다가 투표의 부작용도 심각히 생각해 봐야 한다. 인사위원회가 직원투표와 함께 다면평가도 고려한다지만 지금 분위기라면 투표에서 1위를 한 사람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한 그대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간부가 되겠다는 사람들이 어디에 가장 신경 쓸지는 너무도 자명하지 않은가. 모든 인사부담을 직원투표에 떠넘기겠다는 것이라면 인사책임자가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이번 공정위의 경우뿐 아니라 참여정부 들어 각종 인사 실험들이 쏟아지고 있다. 부처간 국장급 교류가 그렇고,고위공무원단제 또한 그렇다. 여기에 목표관리제다,성과상여금제다,다면평가다 해서 어지러울 정도다. 문제는 어느 한가지라도 제대로 정착되도록 보완하거나 개선할 생각을 해야지 우리 현실에 맞는지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고 새로운 제도만 도입하는 것이 과연 옳으냐는 점이다. 고위공무원단제만 해도 정치적 중립성 확보가 관건이라고 하지 않는가. 벌써 집권 2년이 다 돼 가고 있다. 더욱이 경제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제는 공무원들이 안정속에서 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급선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