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 뚫은 해외 개척자들] (6) 중국서 건축설계 차경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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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취업이 잘 되는 이공계인 데다 대학 시절 인턴과정을 통해 실무경험을 쌓은 덕을 봤습니다."
중국의 명문 칭화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직후인 지난해 9월 미국계 건축 디자인 그룹 'XWHO'의 베이징 지사에 취업한 차경은씨(25).
차씨는 "활발한 건설경기 때문에 '공사판'으로까지 불리는 중국에서 인력 수요가 큰 분야를 전공했던 게 쉽게 일자리를 찾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XWHO에서 건축설계사로 일하고 있는 차씨가 중국 땅을 처음 밟은 건 지난 97년 겨울.개인 사업을 위해 중국에 온 부친을 따라 고교 1년을 마치고 베이징에 왔다.
6개월동안 중국어 연수를 한 뒤 현지 중국학교인 '55중학' 고2로 편입했다.
국제학교도 있었지만 중국에서 대학까지 갈 생각에 중국어 수업을 하는 현지 학교를 택했다.
건축학과를 지원한 것은 한국에 있을 때부터 미술을 좋아했기 때문.
99년 칭화대에 입학할 당시 건축학과에 합격한 한국인 유학생은 그가 유일했고,이공계열을 통틀어서도 한국인 유학생 합격자는 10명이 안 될 만큼 적었다.
실제 중국에서 공부하는 한국 유학생들은 대부분 어문과 인문계열을 전공해 중국 내 취업 수요와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 건축학과는 5년을 공부해야 하기 때문에 지난해 가을 졸업한 그는 취업의 문턱에서 고민했다고 한다.
귀국해서 직장을 잡을 건지,중국에서 일자리를 찾을 건지 결단을 내려야 했던 것.
차씨는 "중국이 건축설계의 선진국은 아니지만 세계 최대 시장이기 때문에 대학 전공을 토대로 탄탄한 경력을 쌓을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에 남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왜 미국계 기업을 택했느냐는 질문에 차씨는 "장차 미국에서 프로젝트매니지먼트(PM)를 공부해 중국에서 부동산 개발을 해보고 싶다"며 "미국 하버드대 교수 출신이 창업한 XWHO가 비전 실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업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가 졸업 후 첫번째 이력서를 낸 곳이 XWHO인 이유다.
중국에만 90여명의 직원을 둔 미국 도시설계 전문 업체인 이 회사 입사를 위해 차씨는 중국인 대졸자들과 경쟁했다.
면접장에서 회사측으로부터 "되도록 빨리 출근했으면 좋겠다"는 합격통지를 받았다.
당시 차씨를 면접했던 XWHO의 수석 디자이너 왕리훙씨는 "처음으로 한국인을 채용했다"며 "차씨의 의사소통 능력이 중국인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데다 전공 분야 실력은 다른 중국 학생들보다 뛰어났다"고 말했다.
차씨는 "대학 시절 여러 업체에서 인턴으로 근무한 게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처음에 필수 교과과정으로 칭화대 건축설계연구소에서 6개월간 인턴과정을 한 그는 이후 인턴으로 근무할 업체를 직접 찾아 나섰다.
친지 소개로 한국 인테리어 업체 풍진아이디와 한국계 컨설팅업체 베이징지사에서 각각 2~3개월간 인턴을 했다.
"중국 부동산 시장을 익히고 싶어 지도교수를 통해 베이징 완퉁이라는 대형 부동산개발 업체에서도 3개월동안 인턴으로 근무했다"고 말했다.
지도교수와 쉬저우라는 작은 도시의 도심 재개발 등 2건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왕씨는 "차씨의 대학 시절 인턴 경험이 좋은 인상을 줬는데 지금 보니 정확히 봤던 것 같다"며 "국적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