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나미(지진 해일) 피해국을 돕는 미국 기업들을 보면 신중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이 기부하는 돈이 적어서가 아니다. 제약회사 화이자가 현금 1천만달러,약품 2천5백만달러어치 등 모두 3천5백만달러를 지원키로 한 것만 봐도 미국 기업들의 기부액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신중하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그런 구호의 손길이 알려지거나 회사 홍보로 비쳐지지 않도록 극도로 조심하기 때문이다. 언론의 취재로 어느 기업이 얼마나 지원하고 있는지 알려지고 있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자발적으로 얼마를 기부했는지 미리 선전하지 않는다. 이들은 자선이나 기부를 회사 이미지 홍보로 연결시키려다 낭패를 본 사례를 기억하고 있다. 지금은 알트리아로 이름이 바뀐 담배회사 필립 모리스가 4년 전 홍수 피해자를 돕기 위해 실시한 1억달러 모금을 자화자찬하다 눈총을 산 일이 있다. 실제 많은 기업들은 기부키로 약속한 돈보다 더 많은 금액을 기부 사실을 알리는 데 쓴 경우가 적지 않아 손가락질을 받기도 했다. 그런 기업들은 단기적으론 기부로 인한 기업이미지 상승 효과를 거뒀는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론 오히려 브랜드 이미지가 훼손되는 피해를 입었다. 자선 마케팅이 과욕으로 흐른 경우다. 그런 사례를 알고 있는 기업들은 이번 쓰나미 구호에서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제너럴 일렉트릭의 자회사인 뉴욕의 WNBC-TV는 오후 7시부터 1시간 동안 기부를 권장하기 위한 특집 방송을 편성하면서 광고를 없앴다. 황금시간대라 광고 수입이 10만달러는 되지만 기부행위를 이용한다는 지적을 받지 않기 위해 수입을 포기한 것이다. "무조건 지원해야 합니다.하지만 그런 사실을 알리는 것은 중요치 않습니다.정말 우리가 신경써야 하는 것은 피해자들 아닌가요." 쓰나미 피해자를 돕는 미국 기업들의 철학이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