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美, CEO 연봉체계 개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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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월트디즈니 이사회가 지난 1995년 당시 마이클 오비츠 사장에게 지급한 연봉은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한다.
오비츠 사장은 15개월간 일한 대가로 무려 1억4천만달러를 받았다.
뒤늦게 주주들은 이사회의 감시소홀 사실을 발견하고,회사측을 상대로 현재 법원 소송을 벌이고 있다.
최고경영자(CEO)에게 제공되는 과도한 연봉이 문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CEO는 엄청난 연봉을 챙기고 이사회는 나몰라라 하는 식의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회계부정 스캔들로 유명했던 엔론 사태가 발생한지 3년이 지났지만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 회복이 여전히 더딘 이유는 CEO들이 경영 성과와는 상관없이 과도한 연봉을 독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도한 CEO 연봉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는다.
CEO들은 보다 많은 보너스를 받기 위해 단기적 성과 달성에만 관심을 두게 되며,회사의 장기적 비전 수립이나 주주이익 극대화에는 제대로 된 노력을 경주하지 않게 된다.
일부 경영진은 단기적 목적 달성을 위해 기업 경영에 비윤리적인 수단을 동원하기까지 한다.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으로서의 경험을 돌이켜 보면,과도한 CEO 연봉은 이사회가 너무도 유화적인 데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사회는 대부분 회사 경영진의 친구이거나 지인들로 채워진다.
그 결과 이사회는 각종 경영 판단에 대해 '누이좋고 매부좋고'식의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악습을 개선하려면 투자자들의 노력이 중요하다.
미국 내 최대 연금 펀드인 캘퍼스(Calpers:캘리포니아 공무원 연금)가 10대 기업의 경영진 보수에 대해 면밀한 조사를 실시하고,소액주주들과 함께 감시활동을 강화키로 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기관투자가들이 나서서 이사회의 나쁜 관행들을 하나씩 개선해 나간다면 기업 개혁은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미국 내 금융계 법조계 시민단체 등이 연합해 CEO 연봉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관련 보고서를 잇따라 발간하고 있는 점도 매우 바람직한 움직임이라고 평가된다.
CEO 연봉에 대한 개혁은 이사회의 독립성과 책임의식을 높이는 일부터 시작돼야 한다.
기업지배구조 연구소인 메트릭스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미국 기업의 35%가량은 이사회 멤버들간의 각종 금융 거래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상장기업의 8%는 CEO들이 이사회 멤버가 운영하는 기업에서 마찬가지로 이사로 활동하는 '이상한' 관계가 만연하고 있다.
이같은 CEO와 이사회간 '은밀한 관계'부터 사라져야 기업 개혁이 올바른 방향을 찾게 된다.
스톡옵션이나 제트 비행기,은퇴 후 연금 등에 대해서도 미 금융회계표준위원회(FASB)는 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금전적인 보상뿐만 아니라 헬스클럽 이용권과 개인 비서 등 보이지 않는 혜택들도 모두 회계 장부에 철저히 기록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 분위기다.
특별한 경영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도 엄청난 보너스를 챙겨가는 CEO들은 이른바 '경영자 시장'에서 배척당하는 사회적 문화를 만들 필요가 있다.
이는 규제 당국이 법률로 강제하는 것보다 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정리=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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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아서 레빗 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Money,Money,Money'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