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법인카드의 사적 사용을 가려내기 위한 기획점검을 중단했다고 한다. 기업들의 내부통제 기능이 강화돼 굳이 정부가 나설 필요가 없다는 것이 표면적 이유지만 침체된 내수경기 회복을 조금이라도 지원하기 위한 의도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법인카드의 사적 사용 여부 조사를 중단하는 것은 편법이자 고육지책에 불과하다고 본다. 어떻게든 소비 회복의 불씨를 지피려는 당국의 의도를 모르는 바 아니나 법인카드의 사적 사용을 조장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은 올바른 해법이 아닐 뿐 아니라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도 의심스럽다. 소비 진작을 위해선 지난해부터 시행에 들어간 접대비 실명제를 폐지 또는 대폭 완화하는 것이 우선이다. 가뜩이나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 시작된 접대비 실명제는 시기를 잘못 선택한데다 기업자율도 크게 저해하는 정책 오류로 밖에는 보기 힘들다. 자금사정에 여유가 있는 기업들마저 접대비 제한에 막혀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도록 만듦으로써 내수불황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 접대비실명제의 영향이 얼마나 심각한지는 통계청이 발표한 서비스업 활동동향에서도 뚜렷이 드러난다. 서비스업 생산은 지난 11월까지 5개월 연속 감소세를 면치 못했고 특히 소매업 생산은 22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문화레저 음식점 주점 숙박업소 등이 모두 매출부진에 허덕이면서 매물이 급증하고 있는 형편이다. 물론 접대비 실명제가 전적인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원인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정책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접대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지만 불황이 심각한 상황에서 소비를 더욱 위축시키는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자살행위와 다를 바 없다. 접대비 실명제는 지금이라도 철회하거나 한도를 대폭 높여 기업자율을 최대한 존중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