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 전자업계의 화두는 '디지털 엔터테인먼트'로 모아졌다. 소비자들이 PDP LCD 등 대형 TV와 휴대폰 PMP(휴대용 멀티미디어 플레이어) 등 각종 모바일 기기를 통해 영화 방송 음악 게임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언제 어디서나 실감나게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더욱 앞당겨진다는 얘기다.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된 '2005 국제 가전전시회(CES)'에 참석한 전세계 2천5백여개 전자업체들은 올 한해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놓고 치열한 한판 승부를 예고했다. ◆ 디지털 컨버전스 가속 최근 몇 년간 전자업계의 핵심 이슈로 자리잡은 가전 제품과 IT기술의 융·복합화(컨버전스)는 해를 거듭할수록 고도화되고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도 이번 전시회 기조연설을 통해 "윈도를 채택할 수 있는 가전업체,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업체,네트워크를 제공해줄 수 있는 업체 등과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혀 디지털 컨버전스가 강화될 것임을 시사했다. 대표적인 기술이 휴렛팩커드(HP)가 선보인 2개 기종의 멀티미디어 디바이스. 가정에서 사용하는 모든 디지털기기의 컨트롤 센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제품이다. 이 제품은 리눅스를 운용체제(OS)로 채택,고해상도의 TV 프로그램을 녹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PC에 저장된 디지털 사진·음악·비디오 등을 자유롭게 재생할 수 있다. 소니는 지난달 일본에서 출시한 '플레이 스테이션 포터블(PSP)'을 내놨고 모토로라는 휴대폰과 MP3플레이어 기능이 내장된 스노보드용 재킷을 선보였다. ◆ 이업종간 컨버전스 이같은 제품의 컨버전스와 함께 이업종 기업간 컨버전스 시도도 활발하게 모색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전자LG전자의 미국 케이블방송 업체와의 제휴. 삼성전자는 이날 라스베이거스 현지에서 미국 타임워너 케이블과 양방향 디지털 케이블 방송 관련 디지털TV 공동개발 등에 대해 협력키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LG전자도 이날 미국 케이블 방송협회(케이블랩스) 소속 케이블 방송업체의 최고경영자(CEO) 및 최고기술책임자(CTO) 40여명과 모임을 갖고 양방향 디지털 케이블 방송에 대해 상호 협력키로 협약을 맺었다. 삼성과 LG는 이로써 북미 디지털TV 시장 공략에 확고한 발판을 마련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세계 디지털TV 수요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북미 시장에선 TV 시청가구의 70∼80%가 케이블방송 서비스에 가입해 있다"며 "삼성과 LG의 이업종 컨버전스 시도가 성공하면 일본 소니 등 경쟁업체에 비해 북미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 디스플레이 주도 디지털 엔터테인먼트에선 각종 디지털 콘텐츠를 볼 수 있는 디스플레이가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특히 PDP LCD 등 크고 얇고 선명한 화면을 제공하는 디스플레이가 계속해서 주목받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도 디스플레이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삼성과 LG는 일본 대만 등의 경쟁업체를 제치고 디스플레이 주도권을 확실하게 유지했다. 삼성전자는 세계최대 크기인 1백2인치 PDP TV를 출품,전세계 언론과 관람객들의 찬사를 받았다. LG전자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양산에 나선 71인치 PDP TV를 전시하면서 'Available Now(구매 가능한 제품)'란 안내문을 붙여 관심을 집중시켰다. 라스베이거스(미국)=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