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 때쯤이면 전 세계인들 사이에 여러 경제현안 가운데 '세계경기가 어떻게 될 것인가'가 가장 많이 회자(膾炙)된다. 불행히도 세계경제의 주변여건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로 상징되는 세계경제의 불균형 문제가 심화되면서 국제통상 환경과 외환시장 여건이 악화되는 추세가 역력하다. 경기면에서는 세계경제 양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금리인상 등을 통해 경기조절에 나서고 있다. 국제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은 지난해 말 이후 안정세를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데다 헤지펀드를 비롯한 투기자본의 활동이 기승을 부리면서 주가 등의 가격변수가 실물경제 여건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거품도 변수다. 나라별로 가장 중요한 미국경제는 많은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부시 행정부의 집권 2기 출범을 앞두고 경기논쟁이 가열되고 있어 향후 움직임이 주목된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경제지표가 부진한 모습을 놓고 벌이고 있는 '일시적 경기침체(soft patch)냐 본격적인 경기침체(recession)'냐에 따라 올해 미국경제 모습은 크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 변수가 있으나 정책적으로 집권 2기를 맞아 추진될 일련의 경제정책인 부쇼노믹스에서는 쌍둥이 적자 등 당면한 경제현안을 개선하기 위해 성장률과 같은 외형적인 지표보다는 질적 개선에 초점을 맞춘 경제정책의 대전환이 모색될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전망기관들은 올해 성장률이 지난해보다 1%포인트 정도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지난해 인상적인 회복세를 보인 일본 경제는 종전과는 분명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 1990년대 버블이 붕괴되는 과정에서 경기가 회복되다가 침체된 경험을 근거로 최근의 회복세가 다시 둔화될 것이라는 비관론(double-dip) 시각이 있으나 회복세가 완만하나마 계속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번 경기는 정책적으로 고이즈미 정부가 단기적인 캠풀주사 성격의 부양조치보다는 금융기관 부실채권 정리 등과 같은 구조정책이 주효하고 있는 것이 종전과 다른 점이다. 중국은 올해도 경기조절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지난해 4월부터 전력과 원부자재 공급 조절,금리인상 등을 통해 경기를 조절하고 있지만 올해는 위안화 가치를 언제 평가절상할 것인지가 최대관심이 되고 있다. 경기조절 정책에도 불구하고 성장의 탄력성 때문에 올해도 8% 이상의 성장세가 예상된다. 유럽경제도 비록 유럽연합(EU) 회원국이 25개국으로 확대됐으나 기존 회원국과 신규 회원국 간의 경제력 격차로 올해도 유럽경제에 도움이 되기는 힘든 상태다. 오히려 신규 회원국들의 경제를 일정수준 이상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기존 회원국들의 비용부담이 불가피해 보이고 이 과정에서 회원국간의 마찰이 예상된다. 이밖에 개도국 경제는 올해 성장세가 다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그동안 경기를 이끌어 왔던 수출이 미국과 중국의 경기조절로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특히 부시 행정부가 집권 2기를 맞아 최대 경제현안인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 시장개방과 통화가치 절상압력을 높일 것으로 보이는 아시아 국가들의 경기둔화세가 다른 개도국보다 뚜렷할 것으로 예상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