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간 월급쟁이 생활을 하던 김종서씨에게 장사는 낯선 일이다. 그러나 그는 회사 다닐 때 고객을 관리하던 경험을 살려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비수기인 8월 매출이 상반기보다 1천만원 이상 껑충 뛴 데는 나름대로 충분한 이유가 있다. 김씨는 지난해 7월 과수원을 하는 고향 친구에게 복숭아 33박스를 판촉용으로 샀다. 차곡차곡 모아둔 명함철을 뒤져 회식 때 영향력을 발휘하는 인근 중소기업 임직원 집주소를 알아냈다. 한 박스씩 33명에게 택배로 보냈다. 8월 한 달간 야근 회식 예약이 김씨 가게로 몰린 것은 물론이다. '복숭아 마케팅'의 위력인 셈이다. 11월에는 '김치 마케팅'이 주효했다. 단골손님이 식사를 마치고 나갈 때 살짝 따라나가 김장김치 두 포기가 담긴 플라스틱 통을 선물했다. 이 손님은 영락없이 손님 수십명을 몰고 왔다. 그에게 명함철과 일기장은 보물단지다. 명함에는 손님의 특징이 적혀 있다. 좋아하는 메뉴,반찬,식사량 등등.손님이 먼저 요구하기 전에 "이 국물 좋아하시죠"라고 말을 걸며 갖다주면 대부분 단골이 된다는 설명이다. 그 정보는 물론 명함 안에 있다. 몸이 파김치가 돼도 일기는 거의 매일 쓴다. 아이들에게 남길 '유일한 유산'이기 때문이다. 부모의 삶의 기록보다 더 값진 유산이 없다고 그는 굳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