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추선은 건재했다. 지난달 26일.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인근 바다에서 발생한 초유의 쓰나미는 2천km 정도 떨어진 미얀마 해상의 시추선 '더치스호'에서도 감지됐다. 대우인터내셔널의 남일 대리는 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날 아침따라 배가 좀 흔들리는 걸 느꼈지만 지진이나 해일 때문인 줄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남 대리는 더치스호에 타고 있는 1백19명 중 유일한 한국인.호주인 엔지니어 존 프락터도 "낮에도 배가 또 한차례 기우뚱했는데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면서 "뒤늦게 뉴스를 듣고 정말 깜짝 놀랐다"고 전했다. 더치스호는 길이가 1백40여m에 달하는 대형 시추선.겉으로 보기엔 일반 선박과 비슷하다. 그러나 수심 1백8m 바다 위에 떠있으면서도 웬만한 파고엔 좀처럼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돼 있다. 해저 지면에 내려진 12개의 거대한 닻이 1백70t의 힘으로 배를 당기고 있기 때문이다. 남 대리는 "웬만한 비바람이 불어도 육지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면서 "2.5km 거리에 떠있는 자재 공급선도 아무런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이 지난해 11월 싱가포르의 프런티어사에서 임차한 더치스호는 A-1광구 해역에서 이달 말 합류하는 또 다른 시추선과 함께 올해 6월까지 '쌍끌이' 시추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