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첫째딸을 출산한 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인간개발학을 전공했습니다. 이때 공부하고 체득한 것이 현대그룹의 회장으로서 조직을 이해하고 공동의 비전을 향해 나갈 수 있도록 이끄는 밑거름이 될 줄은 그 당시엔 상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9일 개편된 그룹 홈페이지(www.hyundaigroup.com)를 통해 기업가 집안의 딸로 태어나 대기업 총수에 오르기까지 자신의 삶을 오래된 사진들과 함께 공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현 회장은 '나의 삶,현대의 길'이란 코너에서 "세상의 변화와 여성의 사회화에 관심이 많아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했고 교수가 되는 꿈도 키웠다"면서 "결혼 후 대학원에 다닌 것도 여성의 사회진출에 대한 고민 때문"이라고 회고했다.


현 회장은 "1976년 현대가의 며느리가 된 이후 바라본 고 정주영 명예회장님의 모습은 지금도 삶의 가장 존경하는 사람으로 떠오른다"며 "명예회장님의 사업유지를 받들어 남북경협사업을 이끌었던 고 정몽헌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바라본 것도 삶의 큰 경험"이라고 덧붙였다.


현 회장은 '알고 싶습니다'라는 코너에선 △정몽헌 회장과 만난 사연 △하루일과 △자녀들 교육 △취미 △학창시절 에피소드 등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가장 잘 만드는 요리로 스파게티 샤브샤브 치즈퐁듀 등을 꼽은 현 회장은 "하지만 정몽헌 회장이 살아 생전에 한식만 좋아해서 이런 요리를 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고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에둘러 표현했다.


홈페이지엔 시아버지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남편 고 정몽헌 회장에 대한 아련한 추억도 담겨 있다.


남편의 갑작스런 타계와 그 이후 어려운 일을 겪으면서 현대그룹의 저력과 국민들의 성원을 느꼈다는 현회장은 "두 분의 유지를 받느는 것만이 국민과 시대가 요구하는 사명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친께서 현대상선 회장으로 계실때 선박 명명식에 따라 갔는데 바로 (정주영)명예회장께서 먼저 선을 보신 자리였다"면서 "저와 정몽헌 회장의 중매자는 바로 정주영 명예회장님"이라고 술회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