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북서부해안 시트웨에서 40여km 떨어진 A-1광구.


1970년대 말까지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여러 나라가 수차례 걸쳐 시추를 해댔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한 채 모두 철수해버린 쓸모 없는 바다였다.


20여년간 버려졌던 이 바다가 최근 '미얀마의 꿈'으로 거듭나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과 한국가스공사가 가각 60%와 10%의 지분을 확보한 이 광구에서 예상치 않던 '대박'이 터져나왔기 때문이다.


현지의 표현대로 '벵골만의 기적'이다.



< 사진 : 미얀마 북서부 벵골만에 떠있는 시추선 '더치스호'에서 대우인터내셔널 직원들이 작업 일정을 점검하고 있다. 더치스호는 오는 6월까지 이 일대 해상에서 시추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


시트웨공항에서 헬리콥터로 20분을 날아 도착한 시추선 '더치스호'.헬리콥터는 갑작스러운 폭풍우로 동체가 휘청일 정도로 불안했지만 시추선은 강풍을 용케 버티며 시추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시추선 밑으로 한참을 내려가자 지름 5m가 넘는 둥근 달 모양의 '문풀(moon pool:시추선 바닥에 뚫어 놓은 커다란 구멍)'이 눈에 들어왔다.


'위이잉∼ 위이잉∼ 우르릉….' 거대한 평가정이 굉음을 내며 문풀 속 검푸른 바다로 한 없이 빨려들어갔다.


"저 놈이 지하 3천2백m까지 내려갑니다.


곧 좋은 소식이 전해질 거예요." 캐나다인 드릴링 매니저 빌 호그가 입가에 웃음을 머금으며 말했다.


평가정 시추작업이 한창인 이곳 '쉐(금)'구조는 A-1광구의 3개 유망구조 가운데 하나.


대우인터내셔널은 재작년 이곳에서 7.8km 떨어진 지점에 탐사정을 뚫어 양질의 가스를 산출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10여년간 전 세계에서 발견된 자이언트급(매장량 3조입방피트 이상) 가스전은 40개에 불과해요.


쉐 구조에만 4조∼6조입방피트,인근 쉐퓨(백금,매장량 6조∼10조입방피트 추정)와 응웨(은,1조∼2조입방피트 추정) 구조까지 합하면 최소 11조입방피트의 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양수영 대우인터내셔널 상무의 말엔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11조입방피트를 액화천연가스(LNG)로 환산하면 2억2천만t.한국이 10년간 사용할 수 있는 막대한 양이다.


대우인터내셔널에도 2009년 이후 20년간 매년 1천억원씩을 안겨줄 보배다.


지난 6일 끝난 평가정 시추 결과 2003년 말 탐사정 시추 때보다 두꺼운 93m의 가스층이 확인돼 상업생산의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대우인터내셔널은 보다 정확한 매장량을 확인하기 위해 오는 6월까지 쉐 구조에 평가정 3개를 추가로 뚫고,인접한 쉐퓨와 응웨 구조에도 탐사정과 평가정 3개를 시추할 계획이다.


A-1광구의 대규모 상업생산 가능성이 커지면서 생산방식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미얀마 정부와 대우인터내셔널은 △가스관을 통해 방글라데시를 거쳐 인도로 공급하는 방안 △해상에 LNG생산설비를 설치하는 방안 △인근 항만에 LNG터미널을 건설,LNG선박으로 가스를 판매하는 방안 등 3가지를 놓고 타당성 검토를 진행 중이다.


우민키 미얀마 국영석유회사 부사장은 "생산량이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LNG터미널을 건설할 수도 있다"면서 "A-1광구에서 가까운 해안지역을 터미널 예정지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1광구는 대우인터내셔널은 물론 미얀마에도 커다란 행운을 안겨다 주고 있다.


그동안 거들떠 보지 않던 미얀마 북서부 해상에서 대형 가스전이 발견되자 각국이 해상 광구 확보에 열을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미얀마를 사이에 둔 중국과 인도의 경쟁이 치열하다.


중국의 CNOC는 최근 북서부 해상의 A-4광구와 남부 해상의 M-1광구를 한꺼번에 따냈다.


인도도 지난해 10월 미얀마 최고 실력자인 딴쉐 장군을 초청해 자원개발 지원을 약속했으며 이번주에는 에너지부 장관이 미얀마를 방문한다.


A-1광구에서 나온 가스를 가져가기 위한 물밑 작업이다.


대우인터내셔널도 지난해 A-1광구와 인접한 A-3광구의 개발권까지 거머쥐었다.


인도 석유천연가스공사(ONGC)와 치열한 경쟁을 벌였지만 대우가 20년 넘게 미얀마와 맺어온 '의리'가 광구권 취득에 크게 기여했다는 후문이다.


대우의 기여도를 높이 평가한 미얀마 최고위층이 인도에 넘어갈 뻔 했던 광구권을 대우에 넘겨준 것.대우는 A-3광구에서도 물리탐사를 벌인 뒤 올해 말부터 탐사정을 뚫을 계획이다.


우소민 미얀마 에너지부 국장은 "대우는 다른 외국기업이 모두 떠났을 때도 늘 우리와 함께 했고 그 어느 회사보다 열심히,빠르게 일하고 있다"면서 "대우가 또 하나의 기적을 이뤄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미얀마 남부 해상에선 현재 프랑스의 토털이 야다나 가스전을,말레이시아 국영석유회사 페트로나스가 예타군 가스전을 운영하며 파이프라인을 통해 태국에 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A-1광구가 본격 생산에 돌입하면 대우인터내셔널은 이들 두 회사를 제치고 미얀마 최대 가스전 운영회사로 등극하게 된다.


양곤·벵골만(미얀마)=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