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오페라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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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진화 중이다.
'88올림픽'을 계기로 한강이 놀랍도록 깨끗해지더니 '2002 월드컵대회' 뒤엔 거리가 확 달라졌다.
휠체어 이동이 가능하도록 인도와 차도 사이 턱이 낮아지고,보도마다 시각장애인용 유도블록이 깔렸다.
뿐이랴.지하철 역엔 노약자 및 장애인용 엘리베이터가 설치됐거나 보강되고 있다.
쓰레기산 난지도는 아름다운 생태공원으로 바뀌고,자치구마다 문예회관과 쌈지공원이 조성됐다.
청계천 복원 공사와 함께 볼썽사납던 고가도로가 사라져 도심 곳곳이 시원해졌다.
가로수는 정비되고 공공기관의 담은 낮아지고,강남북 간 균형 발전을 위한 움직임도 활발하다.
이런 서울에 이번엔 오페라하우스가 생긴다는 소식이다.
서울시가 세계적인 도시다운 문화인프라를 갖추고자 한강 한복판에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 버금가는 공연장을 짓는다는 것이다.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는 요트의 닻을 형상화한 조가비 모양으로 유명한 곳이다.
국제 공모에서 당선된 덴마크 건축가 이외른 우촌의 설계작으로 73년 완공된 이후 호주의 랜드마크이자 관광명소로 세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한강에 오페라하우스가 세워지면 근사할 것이다.
외양이야 두고 봐야겠지만 불빛에 반짝이는 한강을 배경으로 선 오페라하우스는 충분히 그럴듯할 게 틀림없다.
청계천이 복원되면 서울 관광객이 연간 6백만명에서 7백만∼8백만명으로 늘어날테고 21세기 일류국가가 되려면 수준 높은 문화예술 터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백번 옳은 말이다.
그러나 도시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곳이 아니라 사는 사람들이 편하고 행복한 곳이라야 한다.
잔디 보호를 위해 구두 신은 여성은 못 들어가게 하고,차들이 우회하느라 쩔쩔 매게 만든 시청앞 광장은 어딘가 이상하다.
숭례문 건너편 남산으로 올라가는 길 아래 지하도는 대낮에도 어두컴컴하고,광화문 교보빌딩 쪽에서 서대문쪽으로 유턴하는 자동차 전용 지하도는 천장이 너무 낮아 지나다닐 때마다 조마조마하다.
시청 앞에 스케이트장을 만들고,연말연시 조명잔치를 벌이고,오페라하우스를 짓는 일과 함께 지하도의 천장과 조도를 높이고 습기를 없애는,눈에 안띄고 생색 안나는 일도 이뤄졌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