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영국경제가 위기에 놓였을 때 런던이 돌파구를 마련했듯이 내수침체와 청년실업대란속에서 갈피를 잡지못하고 있는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서울이 제시하겠습니다" 지난 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신년인터뷰를 가진 이명박 서울시장은 시정뿐만아니라 행정수도이전과 한국경제의 위기돌파에 대한 비전까지 자신의 견해를 거침없이 전개해나갔다. 이 시장은 청계천복원,뉴타운개발,교통체계개편등 취임이후 추진해온 핵심사업마다 성공작이라는 국내외의 평가등으로 자신감에 넘쳐있었다. [ 대담 = 이동우 사회부장 ] -새해를 맞았지만 불황에 지친 시민들은 신년 기분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현 경제상황에 대한 서울시 차원의 비전을 제시하신다면. "서울이 위기에 놓인 한국 경제의 돌파구를 열어야 하며 열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서울을 '지방'과 대비적인 관점에서 보는 시각이 중앙정부에서부터 만연해 있는 것이 정말 문제입니다. 서울을 지방과 '제로섬' 관계가 아니고 국제 경쟁의 첨병이라는 관점에서 봐야 합니다. 서울은 올림픽 월드컵 등을 치르면서 글로벌 도시로 이미지를 쌓아왔습니다. 이를 더욱 '업그레이드'시켜서 나라경제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도록 해야지요. 우선 김포공항 일대에 싱가포르의 창이공항 주변 같은 다국적기업 지역본부와 첨단연구·제조기능을 유치하는 방식으로 경제위기 돌파의 '기폭제'를 마련할 것입니다." -올해 뚝섬숲이 조성되고 청계천이 복원됩니다. 남은 과제는. "시내 중심부를 관통하는 여러 철도노선들로 인해 도시 발전에 많은 지장을 받고 있습니다. 철도 노선을 지하철처럼 지하화하는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이미 용산역∼서울역∼신촌역 구간의 지하화에 대해 철도청과 협의해 왔습니다. 청계천 복원사업이 성공하자 아현고가 등 여러 고가차도 인근 주민들의 철거 요청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타당성 검토를 거쳐 선별적으로 추진하겠습니다." -이 시장의 여러 발전 구상은 수도권 규제를 통해 지방을 키우려는 중앙정부의 정책과 상충되는 측면이 많습니다만…. "지방과 수도를 경쟁관계로 보던 시대는 끝났습니다. 국내 산업과 주식시장 등이 글로벌시장에 편입된 상황에선 수도를 보는 시각도 글로벌화되어야 할 것입니다. 서울은 '국제경기용'이고 지방은 나름대로 특화 발전할 자리를 찾아준다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정부는 수도를 이전하려다 좌절했지만 행정도시 건설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이 시장은 이 역시 반대하는데 '대안'이 있습니까. "중앙공무원 1만여명을 내려보낸다고 해서 충청권이 크게 발전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지방분권 시대에 중앙 공무원이 지방으로 근무지를 옮기는 것이 무슨 큰 도움이 되겠습니까. 정치적인 발상입니다. 진실로 충청도에 도움이 되는 방법을 택해야 합니다. 포항 창원 구미 같은 사례를 거울삼아야 합니다. 기업을 유치하면 중소하청기업 연구기능 등이 줄줄이 따라가게 마련이고 고용과 부가가치가 자생적으로 생기게 마련입니다. 과거 인구 3만명의 작은 어항이었던 포항에 포항제철이 들어서면서 연관 산업단지와 대학이 생겼고 더불어 지역의 고용과 소득이 증대되는 효과가 나타났던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합니다." -지역 불균형 해소가 서울시의 책임은 아니지만 모든 면에서 앞선 서울이 낙후된 지방에 기여하는 방안은 없을까요. "불균형의 큰 책임은 중앙정부에 있습니다. 재정 지원을 핑계로 너무 많은 간섭을 합니다. 지방도 민선 자치의 경륜이 쌓이면서 많은 아이디어를 갖고 열심히 뛰려고 하지만 중앙이 발목을 잡는 게 한둘이 아닙니다. 과거 고교 야구가 지역 경쟁을 통해 크게 발전했듯이 지역의 역동성과 창의력을 믿고 중앙정부가 직접 개입을 안하는 게 불균형 해소의 지름길입니다. 서울시는 맏형과 같은 입장에서 행정경험 전수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작년말 전라남도와 문화 교육 경제분야의 교류협정을 체결한 것이 본보기입니다." -이 시장의 역점 사업들이 '하드웨어'에 치중돼 있다는 일부의 지적도 있습니다. "저는 CEO(최고경영자) 출신입니다. 행정도 경영하듯이 합니다. 치밀한 사전 계획을 수립한 다음엔 '스피드' 있게 추진합니다. 청계천 복원사업도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바꾸는 사업입니다. 물을 빨리 흐르게 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시민생활의 질을 높이는 것이죠.뉴타운의 핵심도 재개발이 아니라 교육·문화의 수준 향상에 있습니다. 특히 강남북 불균형 해소를 위해 강북의 명문고 육성,예술공연시설 확충 등에 치중하겠습니다." -서울은 빈부격차가 심합니다. 기업에 '나눔의 경영'이 요구되듯이 자치행정에도 이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는데요. "시 예산이 지난해에 비해 7%가량 줄었지만 복지 예산은 12%가량 늘렸습니다. 특히 불황으로 '준 빈곤층(차상위 계층)'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려 요컨대 서울에선 돈이 없어 자녀를 고등학교에 못 보내는 가정은 없도록 할 겁니다." -일자리 창출도 당면과제인데요. "올해 청년층 1만8천명을 행정보조원으로 임시 채용하는 등 여러 방안을 마련 중입니다. 젊은이들에게 해외 일자리를 많이 소개하기 위해 '해외취업센터'를 운영합니다. 서울시와 외국상공회의소,인력송출 전문업체 등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해외취업박람회도 열 계획입니다." 정리=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