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시작보다 끝이 좋아야 한다.' '신기의 샷보다는 실수를 적게 하는 선수가 승자다.'


올시즌 미국PGA투어 개막전인 메르세데스챔피언십(총상금 5백30만달러)에서 '빅3'를 제치고 우승한 스튜어트 애플비(34·호주)는 화려한 샷을 구사하는 선수는 아니지만 골프의 평범한 진리를 일깨워줬다.


첫날 74타로 최하위권이었고 3라운드까지 선두 비제이 싱(42·피지)에게 4타 뒤져있어 그를 우승후보로 점찍은 사람은 많지 않았다.


싱이 워낙 안정된 플레이를 하고 있었던데다 어니 엘스(35·남아공),타이거 우즈(30·미국) 등 톱랭커들이 선두권에 근접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디펜딩 챔피언'인 애플비의 위력은 라운드를 더할수록 빛이 났다.


2라운드에서 이번 대회 최소타(9언더파)를 친 그는 3라운드에서 7언더파를 추가하며 공동 5위로 최종라운드를 맞았다.


하와이 카팔루아의 플랜테이션코스(파73)에서 속개된 최종라운드에서 3,5번홀 버디에 힘입어 우승후보로 급부상한 애플비는 6번홀(3백98야드)에서 드라이버샷을 그린에 올린뒤 4m 남짓의 이글퍼트를 성공하며 상승세에 박차를 가했다.


중간합계 19언더파로 '리더보드'에 그의 이름이 보이기 시작했고 12,17번홀에서 버디를 추가하며 합계 21언더파 2백71타로 경기를 마쳤다.


첫날 오버파를 쳤지만 17번홀 더블보기 이후 무려 55개홀동안 보기없이 이글 1개에 버디 20개를 기록한 것.


애플비와 우승다툼을 한 선수는 싱,엘스,조너선 케이(34·미국) 등이었다.


이들 가운데 3라운드까지 '노보기 플레이'를 해왔던 싱이 먼저 무너졌다.


13번홀(4백7야드) 드라이버샷이 훅이 되면서 숲으로 들어갔고 다섯번째샷을 홀옆 1m지점에 갖다놓았으나 그마저도 2퍼트를 했다.


싱은 트리플보기를 범했고 이후 선두에 복귀하지 못했다.


공동 5위.


17번홀까지 애플비에게 1타 뒤져 연장전까지도 기대됐던 엘스는 18번홀(파5)에서 단 한번의 실수로 공동 3위로 밀렸다.


작심한듯 날린 드라이버샷이 카트도로를 맞고 오른쪽 숲으로 사라져 버린 것.엘스는 가까스로 보기(5온1퍼트)를 하며 합계 19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


우즈와 나란히 공동 3위다.


우즈는 이날 5언더파(버디6 보기1)로 선전했으나 선두권과 타수차가 커 순위를 올리는데 만족해야 했다.


22년만에 대회 2연패를 이룬 애플비는 우승상금 1백6만달러(약 11억1천만원),그리고 '벤츠 스포츠카'를 부상으로 받았다.


애플비는 그 아내가 이번주 첫 아이를 출산할 예정으로 주위에서는 아이 이름을 '메르세데스'로 짓도록 권하고 있다고 한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