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자치정부 2대 수반을 뽑는 선거에서 최대 정파인 파타운동의 마무드 아바스 후보(69)가 예상대로 9일 압도적 표차로 당선됐다. 지난해 11월 사망한 야세르 아라파트보다 온건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는 아바스가 수반에 당선됨으로써 중동지역 역학관계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혁명 1세대 대표주자=62%를 웃도는 지지율로 팔레스타인 제2대 수반에 당선된 아바스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은 아라파트 초대 수반과 함께 혁명 1세대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그는 1950년대 아라파트와 함께 PLO를 창설하고 지난 65년에는 파타운동을 결성하는 등 아라파트와 정치적 행보를 같이했다. 하지만 아바스는 40년간 아라파트의 그늘에 가려 2인자 역할에 머물렀다. 2003년 4월 자치정부 초대 총리로 임명됐다가 아라파트와 잦은 불화로 4개월여 만에 중도 하차한 전력도 있다. 아바스는 35년 영국 위임통치를 받던 팔레스타인 사페드에서 태어났다. 48년 이스라엘 건국 후 고향이 이스라엘 땅에 편입되자 아바스의 가족은 시리아로 쫓겨났으며 시리아 다마스쿠스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했다. 그는 이집트에서도 법학을 공부하고 모스크바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학구파 정치인이다. ◆아라파트보다는 온건파=아바스는 아라파트보다 상대적으로 온건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저명한 팔레스타인 학자 마흐디 함디는 "아바스는 한번도 총을 들어본 적이 없으며 한번 협상에 임하면 끝을 봐야 하는 인물"이라고 지적했다. 아바스는 실제로 "힘의 균형이 우리에게 유리하지 않기 때문에 무력으로 팔레스타인을 해방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평화만이 유일한 선택"이라는 소신을 수차례 피력해왔다. 미국과 이스라엘도 아라파트보다는 아바스가 훨씬 수월한 대화 상대로 평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선거에서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가 아바스의 당선을 보이지 않게 지원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아바스는 그동안 대중 앞에서는 아라파트의 혁명유업을 받들겠다고 약속하면서도 이스라엘과 미국에는 꾸준히 대화신호를 보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