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간판급 테크노 CEO를 대거 배출한 '기술경영'의 산실이다. 삼성이 세계 일류로 도약하는 데 이들 테크노 CEO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일찍이 기술경영을 기치로 내걸고 초일류 인재 확보에 힘써온 결과다. '삼성에서 성공하려면 기술경영을 알아야 한다'는 말이 통용될 정도다. 삼성의 회장·사장단 49명 가운데 이공계 출신은 40%를 넘는 21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서도 삼성전자의 경우 사장과 부회장을 포함한 11명의 경영진 중 7명이 이공계 출신이다. 윤종용 부회장(전자공학),이윤우 부회장(전자공학),이기태 사장(전자공학),권오현 사장(전기공학),임형규 사장(전자공학),이상완 사장(전자공학),황창규 사장(전기공학) 등이 그들이다. 각각의 면면을 봐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술경영자로 꼽기에 손색이 없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성공신화를 일궈낸 인물로 국내·외에서 널리 알려진 테크노 CEO다. 윤 부회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삼성그룹에 입사,삼성전자 기획조정실장 TV사업부장 VCR사업부장 등을 거쳐 가전부문 사장을 지냈다. 1970∼80년대 VCR부문을 삼성전자 간판 사업으로 키웠고 외환위기 때는 반도체 뿐만 아니라 가전 디지털미디어 통신 등 신사업 분야 연구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는 결단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삼성전자 CEO 계보는 반도체 개발팀의 주역들이 잇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윤우(2백56KD램),진대제(16MD램),권오현(64MD램),황창규(2백56MD램) 등이 그들이다. 삼성종합기술원장을 맡고 있는 이윤우 부회장은 삼성반도체 역사의 산증인으로 통한다. 68년 입사한 이후 반도체 과장,반도체 기흥공장장,메모리사업 총괄,반도체 총괄 등 줄곧 반도체 부문에 몸담아 오며 삼성의 반도체 성공사를 일궈냈다. 이기태 정보통신총괄 사장은 'CDMA'와 '애니콜' 신화를 일궈낸 주역이다. 그는 음향품질관리실장,무선사업부장,정보통신총괄 대표 등을 지내며 우리나라를 세계 휴대폰 강국으로 일으켜 세우는 데 크게 기여했다. 권오현 시스템LSI사업부 사장은 세계 최초로 64MD램 개발을 성공시킨 개발자 출신으로 비메모리 분야의 사업부문을 이끌고 있으며,임형규 사장은 지난해 전사 CTO를 맡아 삼성전자의 기술개발 전략을 책임지고 있다. 이상완 LCD총괄 사장도 삼성전자의 차세대를 이끌 테크노 CEO로 주목받고 있다. 황창규 반도체총괄 사장은 인텔에서 일하다 삼성전자에 연구소장으로 특채된 후 뛰어난 역량을 발휘,메모리 반도체부문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그는 2백56MD램,60나노 8기가 플래시메모리 등 굵직굵직한 연구성과를 내면서 '반도체 칩의 집적도는 매년 2배씩 늘어난다'는 이른바 '황의 법칙'을 세계시장에 입증해 보이고 있다. 손욱 삼성인력개발원장(기계공학)은 전원이 들어오자마자 화면이 나오는 브라운관 등 삼성전자의 수많은 히트작을 탄생시켰으며,삼성SDI 사장 시절 6시그마 혁신을 국내 최초로 도입하는 등 경영 품질혁신 바람을 일으키기도 했다. 삼성전기의 강호문 사장(전기공학)은 삼성전자에서 반도체,통신,컴퓨터 등의 사업부를 두루 거치며 중국 이동통신 장비시장 진출을 진두지휘한 후 삼성전기로 옮겨왔다. 삼성토탈 고홍식 사장(기계공학)은 제일합섬에서 시작,그룹 비서실을 거친 후 10여년 동안 화학부문에 몸담아 오면서 삼성의 화학관련 사업을 이끌고 있다. 삼성코닝정밀유리 이석재 사장(전기공학),삼성네트웍스 박양규 사장(화학공학) 등도 그룹내 대표적인 이공계 출신 CEO다. 삼성화재 이수창 사장(수의학),삼성물산 정우택 사장(금속공학),삼성에버랜드 박노빈 사장(수학),제일기획 배동만 사장(축산학) 등은 전공과 다소 거리가 있는 분야임에도 경영자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