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패권을 노리는 중국의 급격한 부상에 맞서 러시아와일본이 수십년간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트리뷴이 11일 보도했다. 러시아와 일본은 북방 4개섬 영토분쟁으로 아직 2차대전 종전 평화조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지만 최근 역사상 가장 가까운 군사적, 경제적 관계를 조용히 엮어나가고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양국 해군과 해안경비대의 상호 방문은 이제 연례행사가 됐고 양국간 교역은 작년 1∼9월 중 50% 증가했으며, 일본은 러시아의 석유-가스 프로젝트의 최대 외국인투자자가 됐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일본 홋카이도의 북부 군사령관이 러시아 하바로프스크의 극동군사령관을 5일간 방문했다. 국경을 마주 보며 서로 대치중인 양국 군은 당시 공식군사협정을 맺지는 않았지만 사무라이 모자와 러시아 모피 모자를 교환하며 우호관계를 다졌다. 현재 일본은 최신 잠수함을 구입하며 군 전력을 증강하고 있는 중국의 동향에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인구 노령화로 군사비를 줄이고 노인 문제에 예산을 돌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극동군은 지난 1990년 이래 전체 병력의 10%인 70만명이 감소했다. 11월에는 블라디보스토크 태평양 함대의 민간인 직원들이 월 40∼100달러수준인 임금의 인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는 국경의 안전을 위해 점점 더 외교력과 핵무기에 의존하고 있다. 이같은 양측의 처지가 맞물려 일본 북부 군사령관이 하바로프스크 극동군사령관을 만난 후 일본 정부는 12월10일 탱크와 대포 등 포병 전력을 3분의 1로 감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대신 일본은 정책 평가 성명에서 처음으로 중국과 북한을 잠재적 군사위협으로 지목했다. 미국 예일대에서 동북아시아 역사를 담당하는 마이클 오슬린 교수는 "지난 1970년대 이래 일본은 항상 러시아를 경계해왔고, 러시아-일본 관계는 늘 긴장상태에 있었다"며 "점점 증대되는 중국의 위협이 없다면 지금도 러시아와 일본이 서로 접근하는 모습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데이쿄 대학 국방분석가인 시카타 도시유키는 "일본과 러시아가 협력하는 한 중국이 우리에게 적대행동을 하지 못할 것"이라며 일본내에서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시각에 동조했다. 한 군사전문가는 요미우리 신문에서 "러시아 지상군이 홋카이도를 전면 공격한다는 시나리오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위협"이라면서 새로운 군사적 방향에 대해역설했다. 물론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후 러시아가 점거한 북방 4개섬의 영토 반환을 러시아측에 집요하게 요구하고 있고 중국에 첨단무기를 판매하는데 열을 올리는 러시아에 불만을 품고 있다. 그럼에도 점점 부상하는 중국의 위세에 대한 불안감이 이런 불만들을 상쇄하고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해석했다. 실제로 일본 내각부가 지난해 10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중국에 `친밀감을 느낀다'는 응답자는 전년보다 10.3% 포인트 떨어진 36.6%를 기록, 조사를 시작한 지난 78년 이래 최저로 떨어졌다. 한편 러시아 여론조사단체가 지난해 10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러시아의 잠재적인 적을 묻는 질문에 단지 2%만이 일본을 지목했을 뿐이다. (서울=연합뉴스) k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