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용근 글로벌리서치 대표이사 ygji@globalri.co.kr > 사랑하는 아들 성한아,아빠가 대학교 다닐 때 교환학생으로 해외에 나가려고 영어공부를 열심히 한 적이 있었어. 다행히 시험에 합격했지만 아빠 가정형편이 여의치 않아서 결국 포기하고 말았단다. 그래서였나 봐. 넉넉지 않았지만 중학교 1학년밖에 안된 널 영어를 배우게 할 아빠 욕심으로 1년 간이지만 먼 외국 땅으로 매몰차게 보내 버렸지. 그러나 넌 잘 참아주었다. 어느새 1년이 지나 공항 입국 게이트에서 나오는 널 발견했지. 부쩍 커버린 네 모습을 보고 얼마나 벅찼는지 몰랐단다. 내 아들이 이렇게 컸구나. 지난 1년 동안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아빠 엄마 없이 사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곳에 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어느날 네가 집으로 국제전화한 적이 있었지. "아빠,나 아파. 학교 못 갔어. 방에 혼자 누워있어." 그날 아빠와 엄마는 온종일 가슴이 메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단다. 이게 사랑인가보다. 그때 엄마가 아빠에게 부탁한 게 있었어. 타국에 있는 아들에게 이메일 한번 보내 사랑한다는 표현좀 하라고. 결국 아빤 바쁘다는 핑계로 이메일 한 통 보내지 못했지. 성한아,미안하다. 그리고 이렇게 잘 커준 네가 고맙기만 하다. 네가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가 무슨 문제가 되겠니. 아빠 역시 사업하느라 바쁘고 힘들지만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 아빠 스스로도 바꿔 보려고 노력할게. 네가 좋아하는 테니스와 농구도 같이 하고,엄마는 먼지난다고 싫어하지만 옛날처럼 침대 위에서 레슬링하면서 뒹굴어보자. 수학 한 문제 갖고 1시간 넘게 끙끙거리면서 함께 풀어도 보자. 넌 이제 다시 한국 생활에 적응해야겠지. 매일 학원 다니느라 밤늦게 집에 들어올 거고,시험 때는 엄마의 감시 아래 12시가 넘도록 시험공부 해야겠지. 우리 잘 이겨내자. 엄마,아빠가 너처럼 고통스런 과정을 잘 견디며 여기까지 온 것처럼 너 역시 잘 해낼거라 믿는다. 오늘 저녁은 특별히 네가 좋아하는 김치찌개를 엄마에게 주문해 놓아야겠다. 그리고 아빠도 오늘은 집에 일찍 들어가서 우리 세 식구가 오랜만에 즐거운 저녁 시간을 보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