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공부권'으로 '토폐인' 노릇을 한 끝에 '낙바생'의 영예를 안았다. 입사 후에는 좀 더 나은 직장을 찾아다니는 '메뚜기족'으로 나섰다. 퇴직 압박에 창밖만 바라보며 사는 '면창족' 선배를 보니 이래저래 회사에 몸바치기보다는 내 가족을 챙기는 '네스팅족'으로 살기로 했다." '신조어'를 보면 시대가 보인다. 취업포털 스카우트는 11일 지난해 취업 및 직장생활과 관련돼 유행했던 신조어를 모아 발표했다. 대학과 직장가를 풍미한 신조어에는 좁디좁은 취업문을 뚫느라 고군분투하는 대학생과 조기퇴직이나 구조조정의 광풍 속에 속수무책인 직장인들의 애환이 듬뿍 서려 있었다. ◆취업난 반영한 대학가 신조어=대학생들은 전공 공부보다는 취업이나 고시 준비에 매달렸고 이들은 '공부권'이라는 이름으로 주류가 됐다. 심각한 취업난 속에 직장 잡기에 성공한 졸업 예정자들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듯 어렵게 취업했다 해서 '낙바생'이라고 불렸다. 토익 공부에 올인하는 '토폐인'(토익폐인)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직장가 신조어는 '생존'이 화두=직장인들이 체감 정년을 36.5세로 본다는 조사 이후 체감 정년을 체온에 빗댄 '체온 퇴직'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치열한 경쟁구도 속에서 직장인들은 자기계발에 강박증을 갖다시피 했다. 이 와중에 어학학원이나 자격증 취득에 부심하는 '샐러던트'(직장인과 학생이라는 영어단어를 조합)들이 크게 늘었다. 대우가 낫다면 얼마든지 이직하는 직장인들은 '메뚜기족'이라 불리기 시작했고,회사일보다는 가정을 중시해 일부러 고속 승진을 기피하고 퇴근시간에 칼같이 퇴근하는 '네스팅족'도 등장했다. ◆기타=경기불황을 반영하는 신조어도 많았다. 대학가에는 연휴 때 고향을 찾는 대신 '0.5배'의 수당을 더 받겠다며 아르바이트를 하는 '점오배족',편입학을 거듭하며 몸값을 올리려는 '에스컬레이터족' 등도 대학가에서 새로운 부류로 떠올랐다. 취업을 못해 부모에 기대 살거나 취업 후에도 경제적 이유로 독립하지 않는 '캥거루족' 등에도 세태가 반영돼 있다. 취직을 위해 얼굴을 고치는 '생계형 성형'이나 입사지원서에 넣는 사진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다듬는 '사이버 성형'도 지난해 등장한 신조어였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