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ㆍ고생 절반 "학교수업 벅차다"..2003 학업성취도 평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초.중.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 중 절반 정도는 수업의 일부만을 이해하거나 아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비평준화 지역이 많은 지방 중소도시 학생들의 학력이 가장 높았으며 대도시,읍.면이 그 뒤를 이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으로 2003년 10월22일과 23일 전국 초등학교 6학년생과 중학교 3학년생,고등학교 1학년생의 약1%인 1만8천8백43명(5백73개 학교)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3년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의 분석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1일 밝혔다.
◆수업참여 학생의 절반은 '꿔다놓은 보릿자루'=교과별 교육과정에서 규정하고 있는 내용 가운데 반드시 이해해야 하는 필수 학습요소를 뽑아 평가한 뒤 우수학력(대부분 이해),보통학력(상당부분 이해),기초학력(일부만 이해),기초학력 미달 등 4단계로 나눈 결과 '기초학력'과 '기초학력 미달'에 해당하는 학생들의 비중이 24∼53%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수학의 경우 초등학교 6학년까지만 해도 수업을 못따라가는 학생의 비중이 27.9%에 불과했으나 중학교 3학년이 되면 그 두배인 53.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어과목도 초등학교 6학년까지는 36.5%의 학생만이 수업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1학년이 되면 이 비율이 각각 45.8%와 52.5%로 높아졌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업성취도가 급격하게 떨어지는 이유에 대해 정구향 평가원 교육평가연구본부장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중도 탈락자가 많아지기 때문"이라며 "한번 뒤처지면 성적을 회복하기 어려운 탓에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일선교사들은 이를 두고 "평준화 교육 아래서 나타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결과"라고 입을 모았다.
경기도 안양시 백영고의 문숭봉 교사는 "특히 영어와 수학은 절반 이상의 학생들이 수업을 제대로 쫓아오지 못한다"며 "이동식 수업 등으로 이 같은 실력차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지만 평가 등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학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중·소도시 학력이 대도시,읍·면 앞서=지역별로는 전 학년,전 과목에서 읍·면 지역이 대도시 및 중·소도시보다 떨어졌고 대도시 및 중·소도시를 비교하면 초등생은 모든 과목에서 대도시가,고교생은 모든 과목에서 중·소도시가 높았다. 중학생은 사회와 과학에서 중·소도시가 높았다.
중·소도시 학생들의 평균학력이 높은 이유는 대도시보다 비평준화 지역이 상대적으로 많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학력이 떨어지는 곳은 읍·면 지역이었다. 고등학교의 경우 중·소도시와 대도시간 평균점수 차이는 0.5∼2점인 데 반해 대도시와 읍·면간 점수차는 4.4∼5.7점,중·소도시와 읍·면간 점수차는 6∼6.6점에 달했다.
이번 조사에서 또하나 특기할 만한 것은 여학생들의 성적이 전학년에 걸쳐 남학생을 앞도했다는 것. 중학생 수학과 고교생 과학에서 남학생이 약간 높았을 뿐 모든 학년,모든 과목에서 여학생의 성적이 높았고 그 차이는 초등학생 국어 성적에서 가장 컸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