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섬업계의 불경기가 공급과잉을 해소시켜 주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인가,아니면 중국에 먹히는 불길한 징조인가.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화섬업체들이 생산 및 영업을 그만두거나 가동률을 낮추는 사례가 속출하자 화섬제품의 생산량 급감이 우량 업체들의 발목까지 잡았던 만성적인 공급과잉을 다소 해소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 화섬시장이 중국 업체에 완전히 잠식당할 것이란 우려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화섬업체들은 원자재 값이 1년 전에 비해 많게는 두 배 이상 폭등한 반면 수요업체들의 잇단 도산으로 제품 가격을 올리지 못하자 채산성 악화를 우려,생산량을 크게 줄이고 있다.


폴리에스터 제품의 생산량은 2003년 약 2백24만t에서 지난해 2백3만t으로 10% 가까이 줄었다.


이는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단섬유(원면)를 포함한 수치로 채산성이 더 떨어지는 폴리에스터 장섬유(원사) 생산량의 경우 2003년 약 1백20만t에서 작년에는 98만t으로 18%나 줄었다.


이처럼 화섬제품의 생산량이 감소한 것은 지난해 금강화섬 대한화섬 휴비스 등 중견 폴리에스터 업체들이 영업을 중단하거나 공장 가동률을 크게 줄였기 때문.


게다가 코오롱 등 대기업들도 노후 폴리에스터 설비를 철거하고 생산직 근로자들을 상대로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는 등 '탈 화섬' 바람을 일으키며 전체 생산량을 끌어내렸다.


관련업계는 올해도 경쟁력 없는 중소형 업체들이 가동률을 낮추거나 생산 자체를 중단,화섬제품 생산량을 더욱 줄일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올들어 폴리에스터 원사의 월간 생산량은 지난해 초 15만t에 비해 반 이상 줄어든 6만5천t에 그치고 있다. 올연말에 가면 10여개에 이르는 화섬업체가 2∼3개로 축소개편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최근 현상은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화섬업계의 구조조정이 시장원리에 따라 현실화되고 있는 것으로 바람직한 과정"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 화섬업체들이 일정량 이상 규모의 경제를 유지하지 못하면 중국 업체들이 한국시장에서 제품 가격을 좌지우지할 수 있게 돼 국내 직물제조사들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