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올해 사장단 인사는 유난히 승진 폭이 작았다. 이건희 회장이 그룹 단위로 20조원에 육박하는 경상이익을 거둔 현 경영진에 대해 깊은 신임을 나타내면서 사장단 교체요인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인사가 삼성전자에 집중된 점도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이번에 오동진 북미총괄,양해경 유럽총괄,김재욱 반도체 제조담당을 신임 사장에 임명함으로써 총 10명의 사장단을 거느리게 됐다. 오 사장과 양 사장 내정자는 중국 본사를 맡게된 박근희 사장과 함께 해외 주력시장의 사령탑을 맡아 책임경영체제를 구축할 발판을 마련했다. 신임 오 사장은 성균관대 무역학과를 나와 지난 73년 파나마 지사에서 첫 해외근무를 시작한 뒤 그룹 감사팀장과 삼성전자의 동남아총괄 임원을 거쳤다. 양 사장은 고려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73년 독일 함부르크 주재 이후 20여년을 유럽에 머물며 상당한 영업기반을 쌓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룹의 경영진단팀장 출신으로 사업 구조조정과 비전 발굴에 남다른 능력을 갖고 있는 박근희 중국본사 사장은 현지에서 삼성의 새로운 전략을 가다듬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흥 반도체공장 역사의 산 증인으로 일컬어지고 있는 반도체 제조담당 김재욱 사장은 황창규 반도체 총괄사장,권오현 시스템LSI 담당 사장 등과 함께 '삼성 반도체 3각 편대'의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또 이윤우 부회장이 삼성전자의 기술총괄을 맡게 된 것은 이건희 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인재와 기술을 바탕으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의지를 구현하기 위한 인사로 풀이된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