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재정경제부가 경제자유구역안에 외국인 병원을 설립하고 여기에 내국인 진료도 허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경제자유구역법'을 들고 나오자 곧바로 보건복지부쪽에서 '태클'이 들어왔다. "경제특구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의료 기반시설 구축이 불가피하다"는 재경부 입장에 대해 김근태 복지부 장관은 "외국병원을 영리법인으로 허가해 내국인까지 진료를 허용하게 되면 현행 공중보건 의료체계의 골간이 무너지게 된다"고 제동을 걸었다. 이렇게 되면 소수 부유층 중심의 고급 의료시장만 발전하고 80% 이상을 차지하는 서민용 공중보건서비스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 결국 오는 2009년까지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 4조원을 투입한다는 전제를 달고서야 겨우 양측은 타협점을 찾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외국병원의 투자조건이 까다롭게 바뀌어 그동안 재경부 창구를 통해 진행돼 오던 외국병원 유치전략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미국의 유명한 사립학교 분교를 경제자유구역안으로 끌어들이려는 경제부처의 전략도 여당 등의 반발에 부딪쳤다. 재경부 관계자는 "서비스산업에서 차별화와 고급화를 빼고나면 남는 게 없다"며 "한국사회에 뿌리깊게 박힌 평등의식이 서비스산업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답답해 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