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美박사 많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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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가 미국 대학을 제외하고 미국 박사를 가장 많이 배출했다"는 소식이 국내 교육계에 화제가 되고 있다.
미국의 교육주간지 '더 크로니클 오브 하이에듀케이션'에 따르면 지난 99년부터 2003년까지 서울대 학사 출신 1천6백55명이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아 1위를 차지했고 연세대가 5위,고려대가 8위에 오르는 등 10위권에 든 한국대학이 3개나 되는 것을 보면 미국대학에서 한국학생들이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 것만은 틀림없다.
하지만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냥 기분좋아할 일만은 아닌 것 같다.
한국의 명문대 학생들이 학부만 마치고 미국행 러시를 이룬 것은 국내 대학원이 그만큼 외면당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서울대조차 주요 대학원의 충원율이 60∼70%대에 그치고 있으며 등록 학생이 정원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단과대들이 비일비재한 실정이다.
이처럼 국내 대학원이 별볼일 없어진 것은 전문적인 박사학위 연구를 하기에는 수준이 떨어지는 데다 박사취득 후 취직경쟁에서 해외파에 밀리기 때문이다.
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대학 전임교수 임용률을 보면 미국 박사가 77.6%로 가장 높은 반면,국내 박사는 57.8%로 일본 유럽출신 박사보다 낮은 꼴찌다.
학위 취득 이후 대학 강단에 서기까지도 미국 박사(18개월)보다 국내 박사가 배(36개월)나 오래 기다려야 한다.
이번 조사에서 1위는 서울대가 차지했지만 전체 미국박사 배출수로 따지면 중국에 못미친다는 사실도 간과해선 안된다.
노벨상 수상자를 여럿 배출한 이웃 일본의 대학은 이번 조사에서 20위권에 한 대학도 없었다.
왜일까.
일본은 이미 기초학문의 종주국 중 하나로 자처하고 있으며 국내파 박사들로 얼마든지 교수자리를 채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교육전문가들은 해석한다.
정부는 한국경제의 신동력으로 의료 레저 등과 함께 교육분야를 꼽고 있지만 한국의 교육경쟁력이 글로벌 경쟁수준에 도달할 날은 요원한 것 같다.
송형석 사회부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