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鎭炫 < 세계평화포럼 이사장 > 한국은 파라다이스다. 12월 26일 수마트라 서북부에서 일어나 인도양을 휩쓴 지진과 해일의 피해를 보면 더욱 그러하다. 파라다이스로 알고 찾아간 세계적 휴양지들이 실은 실낙원(失樂園)이었다. 일본 동해안 도쿄에선 기상대 관측 사상 처음으로 최다의 태풍에다 40도 넘는 열서가 한달 이상 지속됐고 서해안 니가타는 연속된 지진과 홍수로 지옥이 됐다. 일본 언론의 2004년 성어는 '재(災)'가 됐다. 2년 전 SARS가 중국에서 시작돼 동남아시아 캐나다 유럽 남미까지 번졌는데도 가장 가까운 한국에는 (김치 덕분으로?) 감히 침투를 못했다. 지금도 중국 태국 베트남은 조류독감과 그 인간 전염문제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슬람 요소가 있는 전 세계 곳곳마다 빈라덴의 테러공격으로 공포에 떨고 있는데 우리는 이라크에 파병까지 하고도 편안하다. 유럽과 미국 등 백인 선진국들 거의 모두가 인종 이민 언어 종교의 소수민족,소수파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데 우리는 약간의 외국인 노동자문제밖엔 없다. 아랍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전쟁,테러와 빈부격차, 독재의 혼란에 시달리고 아프리카 대륙은 부족전쟁 인종청소 가난 무지의 '실패한 국가'들로 가득 찼다. 한국은 얼마나 행복한가. 단군님께서 한반도를 점지하셔서 지진 태풍 해일 가뭄 열서 한파의 공포에서 비켜주시고 조상님이 물려주신 김치(그리고 어쩌면 콩요리) 덕에 SARS,조류독감,AIDS 공포도 적다. 국토나 인구가 크지도 작지도 않은 중간규모여서 좋다는 이들도 있다. 거기에다 1945년 이후 독립한 1백30여개 국가 중 정치민주화,근대경제성장,사회문화의 다원화라는 근대화혁명을 성취한 '유일'한 나라이다. 프리덤하우스의 세계자유보고서는 한국을 미국 영국 스웨덴과 같이 1등급의 정치자유국으로 분류했다. OECD 회원국 중 GDP 대비 교육투자는 1등이고 R&D 투자비는 중진국 중 최고로 영국 프랑스 독일보다도 높다. 개인회사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기관들이 공모나 선거로 책임자를 뽑는 이 지구상 최고의 '참여'민주주의를 보여주고 있다. 한류(韓流)는 대양으로 대륙으로 쓰나미를 일으키고 있다. 이만큼 안전하고 이만큼 자유로운 나라가 어디 있는가. 이만하면 파라다이스가 아닌가. 그런데 또한 파라다이스가 아닌가보다. 아무도 한국을 파라다이스라 보지 않고 우리 스스로도 파라다이스라 생각지 않으니까. 북한의 핵 때문일 수도 있다. 핵폭탄 위협만이 아니라 북한같은 실패한 국가의 경우 안전의식 부족으로 핵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위험은 얼마든지 있다. 체르노빌의 참극도 안전수칙을 안지킨 단순 사고였다. 중국으로부터의 SARS는 막아졌지만,하늘을 날아 오는 이산화탄소 산화질소 수은 황사의 침투는 막을 도리가 없다. 중국은 지구적 대 재난의 원천이다. 중국이 세계제조업센터 도시화센터 석유 석탄 원자력 소비대국,물류대국이 될수록 인류 생명을 위협하는 지구온난화의 주범,공해대국이 된다. 중국 13억 인구가 대량생산 대량소비 수출주도의 경제성장방식을 고집하는 한, 그리고 세계적 차원에서 중국(그리고 인도)의 '지속 가능한 성장'의 대안을 합의,포용하지 못하는 한 지구적 자원난(亂) 물류난 에너지난 공해난을 피할 길이 없다. 그 최일선의 피해자가 한국이고 한국 혼자서 파라다이스를 지킬 수 없다. 한국이 주도적으로 세계를 향해 목청을 낼 일은 13억 중국인의 인간안보(복지)를 확보하면서 중국 근대 성장이 전 지구적 재앙이 되지 않도록 하는 대안(代案)의 모색 제도화 추진을 위한 세계적 협력이다. 21세기 한국의 생존과 안전은 결국 '중국문제군'으로부터 오는 위험을 어떻게 막느냐에 있다. '중국문제의 세계화'가 세계적 재앙이 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국제협력,즉 지구공동체적 이성과 사랑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느냐에 달렸다. /전 서울시립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