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은 종합주가지수가 500~1,000의 장기 박스권을 돌파하는 원년이 될 것이다." 새해들어 서울 여의도 증권가엔 이같은 기대감이 충만하다. 연금.기금 보험 투신 은행 증권 등을 포괄하는 이른바 기관투자가가 금년 한해 8조원(만기도래액 재투자 포함)정도를 증시에 투입하는 강력한 매수주체로 부상할 것이라는게 그 이유다. 일각에선 올해를 시발점으로 향후 10년 동안 연.기금 등 기관자금이 최대 1백60조원 유입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미국에서 지난 82년 기업연금(401K) 도입을 계기로 기관 매수세가 본격화되면서 다우지수가 과거 20년간 맴돌았던 박스권을 뚫고 10배 넘게 급등한 전철을 한국증시가 그대로 뒤따를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우선 연·기금의 행보가 가장 큰 관심을 끈다. 그동안 주식투자를 원칙적으로 금지했던 기금관리기본법이 작년 말 개정돼 올해부터 연·기금의 주식투자가 자유로워졌기 때문이다. 특히 최대 큰손인 국민연금의 경우 올해 4조7천억원을 증시에 투입할 계획이다. 만기 도래하는 자금(3조2천4백억원)의 재투자분을 제외해도 1조5천억원 순증이다. 시장 상황에 따라 9천억원을 더 투자할 수도 있다. 연·기금 투자 규모는 최소 5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관측이다. 적립식펀드를 통한 투신권의 주식 매수도 올해 최소 2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현재 투신권의 적립식펀드 주식형 계좌 수는 70만개,계좌당 평균 월 납입금액은 30만원이다. 매달 2천1백억원의 신규 주식 매수 수요가 발생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철성 미래에셋투신 이사는 "금년 중 적립식펀드 계좌 수가 1백50만개까지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며 "내년부터 매달 4천5백억원,매년 5조4천억원씩의 신규 주식 매수 수요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환위기 이후 주식투자를 거의 하지 않았던 보험권도 작년 10월부터 주요 주식 매수세력으로 등장했다. 변액보험 덕분이다. 여기에 증시 상승세로 은행 증권 등 기관의 고유계정(회사 자체 자금)과 투신권의 거치식 주식형펀드 자금 유입이 가세할 경우 기관의 주식 매수 자금은 더 늘어나게 된다. 올 연말부터 기업연금(퇴직연금)제가 도입되면 연·기금의 주식 매수 여력은 폭발적으로 강화된다. 기업연금은 근로자와 기업이 매달 일정액을 내 주식 채권 예금 등에 투자하고 그 운용 성과에 따라 퇴직금을 지급하는 제도로 시장 규모는 2007년 37조원,2010년 51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험개발원은 전망하고 있다. 미국 401K처럼 기업연금의 주식투자 비율이 70%에 육박하면 2010년까지 최대 35조원의 자금이 증시로 들어올 수 있다. 박동명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위원은 "기관자금과 기업연금,최근 도입된 사모투자회사(PEF) 등의 자금을 포함할 경우 2010년까지 최대 1백60조원의 자금이 증시로 유입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김기봉 CJ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장기투자 성격이 강한 기관은 배당수익률이 국고채 금리에 육박하는 우량 고배당주에 집중 투자할 것"이라며 관련 종목을 주목할 것을 조언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