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 김춘희 할머니, 국가보조금 모은 全재산 불우이웃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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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팔순인 가난한 할머니가 전재산이나 다름없는 전세보증금을 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놨다.
12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 사는 김춘희 할머니(80)는 전세보증금 1천5백만원을 사후(死後)약정 기탁했다.
김 할머니에게 남은 돈은 1천만원 정도.
이것도 조만간 이웃돕기에 쓸 작정이다. 이에 앞서 사후에 장기와 시신을 기증키로 장기기증운동본부에 약정해놓기도 했다.
김 할머니는 "나라에서 생활비를 받고 있는데 이 돈을 아껴서 이웃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면서 "살아있는 동안 조금이라도 더 이웃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공동모금회는 김 할머니를 '행복지킴이 44호'로 선정했다.
부친이 러시아에서 독립운동가로 활동했다는 김 할머니는 해방직후인 1945년 이북에서 혈혈단신 서울로 내려왔다.
휴전선이 생긴후 이북의 가족과는 영영 이별하게 된후 줄곧 홀로 살아왔다.
전쟁이 나기 전 간호사 면허증까지 딴 인텔리 여성이었지만 6.25 전쟁 당시 피난길에 간호사 면허증을 분실하고 말았다.
독립유공자 후손임을 증명할 수 있는 각종 서류도 이 때 함께 잃어버렸다.
그 후 생선이나 떡을 파는 행상일로 평생을 어렵게 살아온 김 할머니는 현재 극빈층격인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편입돼 정부 지원으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형편과 나눔이 꼭 비례하진 않는 법.6·25 전쟁 직후 10년간 고아들을 돌봤고 장애인 단체에서 봉사활동도 꾸준히 해왔다.
이 뿐만만이 아니다.
매달 나오는 30여만원의 지원금중 생활비로 10만원 가량만 떼어 쓰곤 나머지 20여만원은 교회 등에 20여년간이나 기부해왔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