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삼성그룹 인사에는 '성과 있는 곳에 보상있다'는 삼성의 오랜 인사 원칙이 그대로 적용됐다. 전체 승진 규모(4백55명)는 물론 △발탁 승진(82명) △기술직 승진(1백86명) △해외부문 승진(94명) 등에서 역대 최고 기록을 모두 갈아치웠기 때문이다. 특히 4년 연속 외국인 임원을 배출하는 한편 여성 임원 승진자를 대폭 늘려 인사에서도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삼성전자는 미국 현지법인 메모리 마케팅 및 영업 책임자인 토머스 퀸(42)을 정규임원으로 선임했다.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 출신인 그는 뛰어난 마케팅 전략으로 지난해 북미지역 메모리 및 플래시메모리 매출을 2003년에 비해 각각 67%와 2백20% 늘린 공로를 인정받았다. 삼성전자는 또 지난 2002년 외국인 최초 정규임원으로 선임한 데이비드 스틸 디지털미디어총괄 신규사업 기획담당 상무보(38)를 3년만에 상무로 승진시켜 외국인 임원이 실질적으로 경영에 참여하는 토대를 다졌다. 현재 삼성전자에는 데이비드 스틸 상무 및 토머스 퀸 상무보를 비롯 2003년 승진한 피터 스카르진스키씨(미국 현지법인 휴대폰 영업책임)와 2004년 선임된 왕통씨(중국 통신연구소장) 등 모두 4명의 외국인 임원이 있다. 올해 삼성 인사의 또 다른 특징은 여성 임원 승진자를 대폭 늘린 것.삼성은 21세기 '감성'의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선 여성인력 활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지난 2000년 이후 매년 여성 임원을 배출해오고 있다. 올해는 그 폭을 한단계 넓혀 3명을 신규 선임하고,3명의 기존 임원을 승진시켰다. 이번 인사로 삼성의 여성 임원 수는 14명으로 늘어났다. 지난 96년 프랑스에서 전산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삼성SDS에 입사한 윤심 상무보(41)는 삼성SDS를 웹서비스 컨설팅 및 시스템통합(SI) 부문 국내 1위 업체로 성장시킨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배터리와 결혼한 여자'라는 애칭을 지닌 삼성SDI의 김유미 상무보(46)는 15년간 전지개발에 주력해오며 각종 신제품 개발을 리드해온 공로를 인정받았다. 획기적인 업적을 거둔 임직원을 조기에 승진시키는 '대발탁' 케이스가 역대 최대규모(82명)였던 점도 이번 인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삼성전자 김희덕 상무보(41)는 삼성전자 휴대폰 사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공로를 인정받아 임원으로 발탁됐다. 김 상무보는 삼성전자가 △2002년 세계 최초로 고화질 컬러폰을 상품화하고 △2003년 동영상 메일 캠코더폰을 내놓고 △2004년 세계 최초로 5백만화소 카메라폰을 출시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삼성전자 윤지홍 전무(50)는 휴대폰 디자인을 한단계 끌어올린 덕분에 '대발탁'된 케이스.일명 '벤츠폰'으로 불리는 'E700'을 디자인한 그는 국내외 최고 권위의 디자인상을 수상하며 '애니콜'의 브랜드 가치를 수직 상승시키는 데 일조했다. 그는 2003년 상무로 발탁된지 2년만에 전무로 승진했다. 정통 영업맨인 삼성전자 정인철 전무(51)는 북미 동남아 중앙아시아 지역의 휴대폰 판매를 대폭 늘린 공로를 인정받아 승진했다. 삼성은 이밖에 삼성 최고 권위의 상인 '자랑스런 삼성인상'을 최근 수상한 △삼성전자 김경태 전무(60나노급 8기가비트 낸드 플래시메모리 개발)와 △삼성전자 김헌배 상무(DMB 토털 솔루션 개발) △삼성전자 이웅무 상무보(플래시메모리 마케팅 담당) △삼성전자 박주하 상무보(휴대폰 유럽 마케팅 담당) △삼성전자 유영복 상무보(인도법인 제조총괄) 등을 임원 승진자 명단에 올려놓았다. 삼성 관계자는 "발탁 케이스를 늘린 것은 연공서열보다 실적과 능력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