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동계유니버시아드 개회식은 인스브루크의 천혜의 자연환경을 첨단 기술과 예술로 잘 녹여낸 흥겨운 잔치 마당이었다.


13일 새벽 1시(한국시간) 인스브루크 올림피아월드 축구 경기장에서 열린 개회식은 축구 경기장 지붕 너머로 보이는 2천m가 넘는 알프스 산봉우리와 개회식 무대의 배경이 된 눈덮인 산들을 형상화한 백색 스크린의 절묘한 조화가 눈을 사로잡으며 시작됐다.


특색 있는 무대의 창조자는 9.11테러로 무너진 뉴욕의 쌍둥이 빌딩 자리에 생기는 그라운드 제로 박물관의 디자인 총책임을 맡고 있는 노르웨이의 셰틸 토르센. 푸른색 계통의 조명이 눈덮인 산 모양의 스크린을 비추며 '프로즌 헤븐(FrozenHeaven)'이라는 개회식 제목과 어울리는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가운데 오스트리아의 유명 가수인 사비네가 요들송을 부르며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노래가 흘러나올 때 인스브루크의 자연과 각종 동계 스포츠의 경기 장면이 나타나던 스크린은 흥겨운 음악에 맞춰 아프가니스탄을 시작으로 각국 선수단이 입장할 때는 그림자극의 매개체로 변모했다.


빈 공연예술단은 스크린 뒤에 서서 각 나라의 영문 스펠링의 첫 두 글자를 3∼4명이 함께 몸으로 만들어내는 기상천외한 그림자쇼를 펼쳐 경기장에 들어찬 관중들의 많은 박수를 받았다.


이어 미하엘 비엘로브스키 조직위원장의 환영사, 페어플레이와 우의 증진을 강조한 하인츠 피셔 오스트리아 대통령의 개막 선언으로 대회가 공식 시작되자, 갑자기 한편에서 6마리의 개가 이끄는 개썰매가 나타나 유니버시아드 대회기를 전달해관중의 시선을 모았다.


하지만 이 개들은 조직위원장과 대통령이 개회사 등을 할 때 큰소리로 짖어대대회 진행의 '옥에 티'를 남겼다.


또 이날 관중석의 상당 부분을 채우고 있던 학생들은 대회 주무 장관인 교육부장관이 소개되자 일제히 야유를 퍼부으며 보수당 정부의 신자유주의적인 교육정책에대한 불만을 표현하기도 했다.


한편 이처럼 수준높은 개회식이 가능했던 것은 비에블로브스키 조직위원장이 역대 유니버시아드 사상 최고의 대회로 평가받은 지난 2003년 대구U대회를 참관한 후개회식에 각별히 신경 쓴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이날 개막식 입장권 가격이 18유로에 이르렀지만 약 2만명의 관중들이 개회식에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인스브루크=연합뉴스) 현윤경기자 ykhyun1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