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들어 정부 산하기관과 공기업 기관장의 장·차관 발탁 인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과거 '낙하산 인사' 등 부정적 이미지에 물들어 있던 공기업 기관장 자리가 정부 부처 수장으로 올라서는 예비 시험대가 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의 이 같은 인사 방침은 '복지부동(伏地不動)'과 '철밥통'의 낙인이 찍혀 있는 공기업에 과감한 경영혁신의 메스를 들이댄 기관장들을 장·차관에 발탁함으로써 정부 혁신 작업 강도를 한층 높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5일 경제관료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행정자치부 장관에 취임한 오영교 전 KOTRA 사장.오 장관은 지난 2001년 4월 KOTRA 사장에 부임한 뒤 강도 높은 경영혁신을 추진,한때 무용론까지 나오던 조직을 명실상무한 무역·투자 진흥기관으로 탈바꿈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KOTRA 조직을 현장 중심으로 재편,해외 무역관에 인력을 전진 배치하는 한편 공기업으로는 처음 고객관리시스템(CRM)을 도입해 사업과 서비스를 고객 중심으로 바꿔 놓았다. 또 실시간으로 해외 무역관과 본사팀을 평가해 그 결과를 철저히 인사와 보상에 연계시켰다. 이 같은 혁신으로 KOTRA는 매년 하위권을 맴돌던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2003년 2위에 이어 작년에는 1위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오 장관은 장관 취임과 함께 행자부 조직을 팀제로 재편하고 결재 시스템을 2∼3단계로 줄이겠다고 밝히는 등 정부 혁신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행자부의 향후 혁신 성과는 정부 각 부처에 모범사례가 될 것이다. 지난 2003년 12월 취임한 강동석 건설교통부 장관도 한국전력 사장 시절 지속적인 경영혁신과 생산성 향상에 힘쓰며 일찌감치 CEO(최고경영자)의 자질을 인정받았다. 그는 한전 사장 취임과 함께 우선 인사관리 제도에 경쟁체제를 도입,연봉제를 3직급(차장급) 이하로 확대하고 인사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다면평가제를 실시했다. 이와 함께 물품 구매와 공사 용역 부문에서 '전자입찰제도'를 도입,비리 발생의 여지를 줄였다. 또 △전자결재 확대 △회의 간소화 △결재단계 축소 △민원처리 절차 개선 등 일하는 방식을 바꿔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데도 세심한 신경을 기울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작년 7월 취임한 조환익 산업자원부 차관은 지난 2001년 차관보(1급)를 끝으로 관료의 옷을 벗고 산자부 유관기관인 한국산업기술재단 사무총장을 지내다가 복귀한 케이스.산업기술재단 사무총장으로 일하면서 신규 사업 발굴을 추진,노무현 대통령으로부터 '옆에 두고 쓸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 차관은 특히 10명 안팎으로 출발한 산업기술재단을 3년 만에 1백여명의 조직으로 키워내는 등 조직관리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