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들이 새해들어 혁신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


참여정부 3년째를 맞아 끊임없는 자기 혁신을 전개함으로써 성장과 분배의 두마리 토끼를 잡는 초석이 되겠다는 각오다.


이러한 변화 바람은 에너지 전력 전기 농업 금융 등 모든 공기업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사실 공기업은 강도높은 혁신을 단행하지 않더라도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


정부가 위임해 준 업무를 수행하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공공적 사업을 맡고 있어 경쟁 요소도 많지 않다.


돈을 많이 벌지 못하더라도 민간기업처럼 주주나 사회로부터 맹렬한 질타를 받지도 않는다.


이 때문에 과거 공기업과 공기업 임직원들은 복지부동의 대명사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은 공기업 내부에서부터 먼저 거부당하고 있다.


공기업들은 내부 혁신을 이루지 못할 경우 도태할 것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고인 물'에 머문다면 생존 자체를 위협받을 수 있다는 긴박감마저 감지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고객을 기다리는 회사'에서 '고객을 찾아가는 회사'로 탈바꿈하고 있다.


업무는 공적 성격이지만 업무 방식이나 임직원들의 자세는 민간 기업 수준으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공기업에 대한 평가도 달라지고 있다.


기획예산처가 한국생산성본부에 의뢰해 지난해 말 작성한 '공기업 고객만족도 조사결과'가 대표적인 사례다.


2004년 한국전력 도로공사 등 16개 대표 공기업들의 고객만족도 평균 점수는 79.4점. 2003년 76.8점에 비해 2.6점 올랐다.


이 조사를 처음 시작한 99년의 58.1점과 비교하면 20점 이상 높아졌다.


한국생산성본부는 이를 놓고 "공기업이 꾸준히 혁신을 이룬 결과"라고 진단했다.


혁신에 성공한 공기업은 기업가치 상승이라는 기쁨도 함께 누리고 있다.


일반인 대상 고객만족도 1위를 차지한 한전은 지난 2003년 말 시가총액이 13조6천억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말에는 17조2천억원으로 26.5%나 늘어났다.


기업·고객 대상 고객만족도 1위인 가스공사 주가 역시 2003년 말 2만4천7백50원에서 지난해 말 3만2천1백원으로 30% 가까이 뛰었다.


혁신 공기업을 이끈 사령탑은 장·차관으로 발탁되는 영광도 얻었다.


강동석 한전 사장은 2003년 말 건설교통부 장관,조환익 산업기술재단 사무총장은 지난해 7월 산업자원부 차관,오영교 KOTRA 사장은 올해 초 행정자치부 장관에 각각 임명됐다.


청와대는 특히 오영교 장관 발탁에 대해 "KOTRA 혁신을 이끌어 정부 혁신에 박차를 가한다는 의미에서 기용했다"고 설명했다.


공기업의 변신을 촉구하는 또다른 요인은 공기업 CEO(최고경영자)에 대한 혁신역량 평가와 경영실적 평가다.


청와대는 지난해 말 1백여개 공기업 사장과 산하 기관장에 대한 인사평가 결과를 관할 부처에 일제히 통보했다.


평가서에는 기관장들의 개인 비리 혐의는 물론 경영능력,조직 통솔력,혁신 마인드 등 혁신역량에 대한 종합 평가 의견이 담겨 있다.


청와대는 특히 혁신을 이끌지 못할 것으로 파악되는 공기업 CEO에 대해선 임기 중이라도 교체를 검토하라고 각 부처에 지시했다.


또 오는 6월께는 산하기관에 대해서도 첫 경영실적 평가를 실시한다.


이제까지는 13개 정부 주요 투자기관(공기업)에 대해서만 경영실적을 진단했지만 올해부터는 75개 산하기관까지로 확대한다.


지난해 공기업 경영평가 때 '경영진 상여금 지급 금지'라는 벌칙이 새로 내려진 것을 고려할 때 올해 경영실적 평가는 더욱 깐깐해지고 향후 기관장 교체나 연임 여부 등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참여정부는 공기업의 역할을 더욱 중시하는 추세다.


유가 철강재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지난해 폭등한 데 이어 또다시 들먹거리고,환율마저 크게 떨어져 경제 회생 여건이 더욱 열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에서 독점적 역할을 하는 공기업이 외부 변수의 충격을 완화시켜줄 필요가 있다.


이를 가능케 하려면 공기업에 뼈를 깎는 혁신이 요구되는 것이다.


올해 공기업이 이 같은 임무를 제대로 수행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