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과 기술을 한 번 비교해 보자.땅은 항상 그 자리에 멈춰서 있다.


하지만 기술은 다르다.


서 있거나 앞으로 나아간다.


땅은 그 자리에 있어도 값이 올라갈 수 있다.


그러나 기술은 그 자리에 서 있으면 가치가 추락한다.


멈춰 있는 기술은 얼마 가지 않아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신세로 전락한다.


때문에 기술은 끊임없이 전진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이 기술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혁신(innovation)이다.


혁신은 기술을 앞으로 전진하게 하는 '엔진'이다.


그러면 엔진의 추진력은 어디서 나올까.


바로 고정관념을 깨는 창의적인 사고에서 비롯된다.


요즘 쓰나미(지진해일)로 한창 고통받고 있는 인도네시아.땅 덩어리나 인구로 보나 이 나라는 남아시아의 맹주로 볼 만하다.


그런 이 나라에 대국답지 않은 구석이 하나 있다.


학교 운동장을 거의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자바섬의 시골에 있는 초등학교나 중학교를 둘러봐도 학교 앞 공터에 잡초만 무성할 뿐 운동장이 따로 없다.


사정은 자카르타에 있는 명문 대학도 마찬가지다.


'캠퍼스'로 부를 만한 곳이 없다는 얘기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


현지인도 고개를 절로 흔든다.


전문가의 대답이 당황스러울 따름이다.


네덜란드가 인도네시아를 통치할 때 시위를 두려워한 나머지 학교 운동장을 만들지 못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 고정관념이 아직까지 남아 있는 탓에 운동장을 만들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현재 인도네시아와 같은 상황에서 필요한 게 바로 이노베이션이다.


이노베이션이란 고정관념을 과감하게 깨고 창의적인 사고로 경영과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 세계 어느 곳에서든 '운동장을 만들자'라는 의지를 갖지 않고서는 혁신을 이뤄낼 수 없다.


이를 위해 △혁신전략을 짜고 △혁신활동을 벌여 △혁신성과를 거둘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 3가지 항목 중 첫째 혁신전략은 최고경영자(CEO)의 기술혁신 의지와 관심도다.


CEO가 기술혁신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기업은 현재 자산가치가 높더라도 시간이 갈수록 퇴보한다.


따라서 CEO는 스스로 가장 먼저 혁신 의지를 실행해야 한다.


혁신전략은 기업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중장기 기술혁신 프로그램을 추진해야 한다.


둘째 혁신활동이라는 엔진에 기름을 넣어주는 것은 연구개발(R&D) 투자다.


매출액 대비 5% 이상의 R&D 투자를 하는 기업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앞으로 전진한다.


그 동안 기업을 평가할 때 주로 수익성과 안정성에 의존했지만 국제경쟁 시대에 접어들면서 R&D 투자비율이 매우 중요한 지표로 떠올랐다.


또 회사 내에 '전략부서'를 둬야 한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기업들은 전략혁신 부서를 두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라인조직과 별도로 전략개발 부서가 없는 기업은 도태한다.


특히 이 전략부서는 단지 기획이나 건의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행능력까지 겸배해야 한다.


이 부서는 연간 2건 이상의 신규 사업 프로젝트를 수행해야 한다.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업체의 신사업 동향도 파악해야 한다.


이제는 경쟁에서 이겨야만 살아남는 시대다.


따라서 경쟁사의 동향을 파악하지 않고서는 결코 강한 기업이 될 수 없다.


해외 전시회 등에 나가 경쟁 상대의 동향을 주기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해외 시장의 트렌드를 분석하고 경쟁사의 약점과 강점도 리서치해야 한다.


'고객의 소리'도 체계적으로 들어야 한다.


나아가 고객의 욕구를 제품 개발 및 서비스 개선에 반영해야 한다.


클레임 분석 및 고객요구 측정,고객 요구를 제품 설계에 반영하는 기법 등이 확립돼 있어야 한다.


이러한 혁신을 실행하면 △원가절감 △생산성 향상 △순이익률 △매출액 등이 크게 증가한다.


한국경제신문은 기술혁신에 성공한 우수기업 35개를 2005년 기술혁신경영대상 업체로 선정했다.


이번 대상에는 현대건설 극동전선 티에스엠텍 에스에스씨피 넥스트인스트루먼트 등이 포함됐다.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