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매수 공방' 용석봉 세이브존 사장 vs 박성수 이랜드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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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가 세이브존 주식을 공개매수하고 있는 가운데 공방전의 정점에 선 박성수 이랜드 회장과 용석봉 세이브존 사장간 애증의 인연이 유통가의 관심사다.
두 사람은 한때 회장과 능력 있는 직원으로 아끼고 존경하는 사이였으나 아울렛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이제 칼과 방패를 들고 싸우는 기이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지난 91년으로 거슬러 올라 간다.
당시 용 사장과 함께 이랜드에 근무했던 사람들에 따르면 한양대를 졸업한 용석봉은 첫 직장인 이랜드에서 성실한 일처리로 박 회장의 눈에 들었다고 한다.
패션브랜드 브렌따노사업부 유통본부사업부 아울렛당산점 중계점 등을 거치면서 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97년 4월 점포개발 등을 담당하는 유통사업부 신규기획팀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당시 그는 2001아울렛 프로젝트의 일원으로서 화정점을 기획했다.
그러나 마침 외환위기가 닥쳐 회사는 아울렛 사업 확장 속도를 조절하게 되고 용 사장은 이 과정에서 독립을 결심했다는 것.그는 유영길 현 세이브존 부사장,문태수 세이브존 기획실장 등과 세이브존을 설립,1호점인 화정점을 오픈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용 사장에 대한 박 회장의 사랑은 식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회장은 용 사장의 사표를 6개월 이상 수리하지 않고 돌아오기를 기다렸다고 한다.
세이브존의 한 관계자는 "용 사장은 당시 패션의류를 비롯 식품까지 아우르는 대형 아울렛 점포를 구상했다"면서 "이러한 구상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독립결심을 굳혔다"고 말했다.
용 사장은 화정에 이어 울산에 2호점을 열며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그러나 친정인 이랜드와의 충돌은 피할 수 없었다.
그는 한신코아백화점 인수경쟁에서 이랜드를 따돌리고 경영권을 획득,회사 성장의 발판을 닦았다.
그러나 뉴코아 인수전에서는 법원이 이랜드의 손을 들어줘 결국 1승1패를 기록했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박 회장의 심기가 매우 불편했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자신의 품안에서 자란 용 사장과 사사건건 맞붙어야 하는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말 점포매각 종용설이 나돈 데 이어 12월 말 전격적인 공개매수 선언이 나오게 된 배경을 짐작케 하는 정황이다.
현재 용 사장은 법인과 임원 지분을 44.99%로 늘려 방어벽을 더 튼튼히 한 상태다.
공개매수 종료일(19일)을 닷새 남긴 시점에서 두 사람의 묘한 인연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