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 재건축 시장에 최근 들어 이상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심리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서울 강남권 소재 재건축 대상 아파트값이 올 들어 일제히 1천만∼3천만원 안팎 상승했다. 작년 봄부터 연말까지 지속됐던 약세에서 완연히 벗어나는 모습이다. 그러나 매수자는 작년 하반기에 형성됐던 저점 가격에 대한 미련으로 추격매수에 나서지 않고 팔 사람은 더 오른 뒤 팔겠다는 입장이어서 매매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13일 일선 중개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 아파트와 가락시영 아파트 값이 올 들어 1천만∼3천만원 올랐다. 지난 연말 4억8천만원 수준이던 잠실주공 1단지 13평형은 현재 5억1천만원대를 호가하고 있다. 인근 중앙공인 정찬일 사장은 "최근 2주일 사이에 재건축아파트와 분양권값이 움직였지만 거래는 거의 없다"고 전했다. 가락시영 아파트도 평형별로 3천만원 이상 뛰었다. 지난 연말 2억9천5백만원 수준이던 1차 13평형은 3억3천만원에도 매물을 구하기 어렵다. 2차 13평형도 3억4천만원에서 3억7천만원으로 호가가 상향조정됐다. 인근 신한공인 장찬수 사장은 "매매도 안되면서 호가가 상승하는 희안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매수자가 거의 없는데 어쩌다 한 명의 매수자가 나타나면 집주인들이 호가를 높이면서 매물을 거둬들인다"고 말했다. 집주인들이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막연한 기대심리로 집을 팔려하지 않는 게 가격 상승의 원인이란 설명이다. 강남구에서도 2천만원 안팎 값이 오른 재건축 단지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호가는 지난 연말보다 2천만원 정도 상승했다. 31평형이 2천만원 정도 오른 5억5천만∼6억원의 호가를 형성하고 있다. 개포동 개포주공 저층단지의 경우 매물이 절반으로 줄고 가격도 2천만원 정도 뛰었다. 개포주공 1단지 11평형은 작년 말 3억1천만원에서 올 들어 3억3천만원으로 상승했다. 인근 미래21공인 관계자는 "이 곳에선 가격이 올랐다는 표현보다는 1가구3주택자들이 매도를 포기하면서 저가매물이 사라졌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며 "매수문의는 조금 늘었지만 실제 매수로는 연결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동 AID아파트도 비슷한 상황이다. 15평형이 4억8천만원을 호가하고 있는 가운데 매물을 찾아보기 힘들다. 호가보다 낮은 가격에 사겠다는 대기 매수세는 늘고 있다는 게 주변 중개업소의 전언이다. 이처럼 집주인들이 호가를 올리고 있는 것은 최근 이헌재 부총리 등 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재건축 규제 축소 등을 언급한 게 원인이라고 일선 중개업소들은 분석했다. 또 작년 말까지 집을 팔지 못한 1가구3주택자들이 장기보유 또는 증여 등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매물을 회수한 것도 가격상승의 요인으로 지적됐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