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 바람을 타고 스페인 국민들이 심각한 '잠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13일 "다국적 기업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스페인 특유의 생활 습관인 '시에스타(siesta·낮잠)'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스페인에서는 기업과 상점이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문을 닫는 것이 관행처럼 돼 있으며,이 시간에 사람들은 낮잠을 즐기고 대신 밤 늦게까지 활동한다. 그 기원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학자들은 이 같은 '낮잠 버릇'이 지난 1936∼1939년 내전 기간 중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 밤낮으로 두개 이상의 직업을 가졌던 데에서 비롯됐다고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요즈음 스페인에서는 이전과 달리 점심 식사 후 오랫동안 낮잠을 자기가 매우 어려워졌다. 생산성을 중시하는 다국적 기업 문화가 정착하면서 직장인들은 장시간 자리를 비울 수 없게 됐다.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듯 24시간 문을 여는 쇼핑센터나 편의점도 속속 생겨나고 있으며,출입구에 '우리는 시에스타 제도가 없습니다'라고 써붙여 놓은 레스토랑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늦은 밤까지 친구들을 만나 즐기는 습관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낮잠은 뺏겼지만 오후 9시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스페인 국민들의 '야행성 활동'은 그대로인 것이다. 실제로 스페인 국민들의 수면 시간은 유럽 평균에 비해 40분 정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시민단체 '독립 재단'은 밝혔다. 독립재단의 이그나시오 부케라스 대표는 "스페인 사람들은 주로 밤에 활동하기 때문에 교통사고 등 각종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며 "국민들이 오전 9시 출근,오후 5시 퇴근을 철저히 지키도록 스페인 정부는 독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NYT는 "스페인 부모들은 밤 늦게까지 귀가하지 않아 자녀 교육에도 나쁜 영향을 야기하고 있다"며 "야행성 습관은 생산성을 떨어뜨려 경제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