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삼성전자를 비롯한 IT주들은 펀드매니저들에게 '뜨거운 감자'였다. 전기전자 업종지수가 작년 4월 6,243에서 8월에는 4,021로 수직낙하하는등 하반기 내내 약세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63만7천원으로 사상최고가를 기록한 이후 하락세로 반전돼 한때 40만원이 붕괴됐다. 펀드매니저 입장에선 시가총액이 큰 삼성전자 등 대형 IT주를 보유할 것인지,팔 것인지를 놓고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하지만 올들어서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지고 있다. IT주 반등론이 점차 힘을 얻고 있어서다. 반도체와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 등 국내 IT의 대표제품 사이클이 우상향으로 방향을 틀 조짐을 보이고 있어 주가 반등의 시기가 2분기냐 3분기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작년에 증시에 큰 부담을 줬던 IT주가 올해 대반격을 시작할 것이란 기대가 깔려있다. 주요 제품의 가격동향을 보면 이같은 전망이 설득력을 얻는다. D램 주력제품인 2백56메가 DDR 현물시장 가격은 작년 4월 개당 6.80달러에서 9월에는 4.47달러로 급락했다. 그러나 작년말 이후 낙폭이 멈춰 개당 4.3달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TFT-LCD 역시 하락폭이 줄어드는 양상이 뚜렷하다. 작년 8월 개당 2백55달러였던 17인치 모니터용 제품 가격은 작년말 1백57달러까지 폭락한 뒤 낙폭이 커지지 않고 있다. 디스플레이 시장 전문 조사업체인 디스플레이뱅크는 "LCD가격 하락이 올 2월로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삼성전자 LG필립스LCD 등 대형 IT주가 꿈틀거린다면 중소형 IT주는 한발 앞서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크다. 대형 IT업체가 투자에 나설 경우 중소형 IT 장비업체의 실적이 개선되는 선순환이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벤처기업육성에 강한 의지를 표명해 주변 환경도 상당히 우호적이다. 대우증권 정창원 애널리스트는 "IT주의 실적이 악화된 것은 이미 주가에 다 반영돼 있어 14일부터 본격화되는 작년 4분기 실적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며 "주가는 올라갈 시기만 기다리고 있다는 점에서 선취매에 나서도 된다"고 주장했다. IT의 대반격이 시작되기 전 미리 주식을 사두라는 얘기다. 미국 인텔이나 애플사의 작년 4분기 실적이 개선된 점을 글로벌 IT 회복의 청신호로 받아들이는 전문가들도 있다. 물론 신중론도 있다. 주가 하락은 멈췄지만 작년에 워낙 많이 떨어진 탓에 실적호전이 확인되지 않으면 쉽사리 투자심리가 호전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그것이다. 하지만 반도체와 TFT-LCD의 경기 하락주기가 매우 짧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2분기초에는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IT주가 한국증시의 주도주로서 다시 부상하면 종합주가지수 1,000선 시대가 열릴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